1호접종 대신 '참관' 택한 文…野 "그게 무슨 도움이 되나?" [종합]

입력 2021-02-26 14:22   수정 2021-02-26 14:23


보수 야권으로부터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백신 1호 접종을 요구받아온 문재인 대통령이 1호 접종 현장을 참관했다. 보수 야권에선 1호 접종이 아닌 참관을 대통령이 한 게 백신 불안감 불식에 도움이 되겠느냐는 반응을 내놓았다.

문재인 대통령은 26일 서울 마포구 보건소를 찾아 현장 준비 상황을 점검했다. 이날 오전 9시부터 전국의 5803개 요양병원·요양시설에서 65세 미만 입원·입소자, 종사자 등 28만9480명을 대상으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활용한 예방접종이 동시다발적으로 시작됐다.

첫날인 26일은 전국 213개 요양시설 5266명의 입소자·종사자가 접종 받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찾은 마포구 보건소는 지역사회 예방접종을 총괄 책임지는 기관이다. 마포구 보건소는 코로나19 전담 콜센터 운영 등 방역에 적극 나선 사례가 있어 그간의 노고에 대한 특별한 감사를 전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방문했다.

이번 방문에는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정은경 질병청장, 오상철 마포보건소 소장 등이 동행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먼저 마포구 코로나19 재난안전대책본부를 찾아 정은경 질병청장으로부터 요양병원 및 요양시설 등의 예방접종 실시계획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백신 접종은 신원 확인 및 문진표 작성→접종 대기→예진→접종→접종 후 관찰 순으로 진행된다. 예진·접종 구역은 예진실, 접종실, 주사 준비실, 접종 후 관찰실 4곳으로 나뉜다.

문재인 대통령은 예방접종 준비상황을 점검하고 관찰실 내부를 꼼꼼히 둘러보며 준비상황을 챙겼다. 이 모습은 생중계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1호 접종자를 기다리던 도중 정은경 청장에게 "대통령한테는 언제 기회를 줍니까"라고 묻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 옆에 있던 전해철 장관은 최근 논란을 의식한 듯 농담조로 "대답 잘하셔야 될 겁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앞서 야권에선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안전성을 믿기 어렵다며 "대통령이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1호 접종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잠시 뒤 넥슨어린이재활병원장 김윤태(60세) 의사와 이정선(32세) 시립서부노인전문요양센터 작업치료사가 접종받는 모습을 참관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윤태 의사가 접종실로 들어오자 반갑게 웃으며 "안녕하십니까, 역사적 1호 접종이신데 제가 좀 지켜봐도 되겠습니까"라고 물었다. 김윤태 의사는 "영광입니다"라고 답하며 외투를 벗고 자리에 착석했다.

김 원장이 의료진을 향해 "안 아프게 놔주세요"라고 하자 문 대통령은 "아니, 의사 선생님이신데…"라며 농담을 건넸다. 옆에 있던 정은경 청장은 "누구나 다 아프죠"라고 말했다.

접종을 마친 김윤태 의사는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접종 후 관찰실로 이동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1호 접종자들과 휴대폰으로 기념촬영을 하기도 했다.

1호 접종자들은 관찰실에서 접종 후 이상 반응이 있는지를 살펴본 후 복귀했다. 현재까지 이상반응은 나타나지 않았다.


당초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지난 22일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백신을) 맞겠다는 비율이 90%가 넘어섰다. 방침이 수정되지 않거나 불신이 생기지 않으면 현재는 (대통령 먼저 백신 접종을) 검토하지 않고 있다"면서도 "불신이 생기면 언제라도 가장 먼저 맞을 상황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했었다.

문 대통령이 결국 1호 접종을 참관한 것과 관련 권성주 전 새로운보수당(국민의힘 전신) 대변인은 "거기서 그렇게 구경하는 게 누구에게 어떤 도움이 되느냐"며 "납득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치평론가인 박동원 폴리컴 대표도 "국민에게 먼저 양보? 국민을 실험하는 리더가 됐다"며 "최소한 보건복지부 장관 정도는 먼저 맞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온라인상에서는 "해외에선 80세가 넘는 지도자들도 백신을 맞던데 백신 접종을 구경하는 지도자는 처음 봤다" "국민이 접종 받는 것을 대통령이 지켜볼 게 아니라 국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대통령이 먼저 맞았어야 하는 것 아닌가" 등의 반응이 나왔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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