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여당이 밀어붙여온 ‘지역 수혜 3법’이 줄줄이 통과됐다. 가덕도신공항 특별법을 비롯해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제주4·3특별법),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에 관한 특별법(아특법) 개정안 등이다. 모두 조(兆) 단위 재정을 특정 지역에 투입하는 법안이다. 더불어민주당이 내년 3월 대선을 1년여 앞두고 ‘지역 맞춤형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입법에 혈안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문 대통령의 부산 방문에 대해 “선거 개입”이라고 날을 세우면서도 법안 찬반은 의원들의 소신에 맡겼다. 대구 중·남구를 지역구로 둔 곽 의원은 가덕도신공항 특별법 반대 토론에 나서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를 비롯해 기획재정부, 법무부도 법안에 부정적인 의견을 냈지만 선거를 앞둔 여야는 후세대에 막대한 부담을 줄 법안을 통과시키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도 “대통령이 지휘하는 정부에서 반대 의견이 지배적이라면 문재인 대통령은 선거에만 혈안이 돼 있는 여당 지도부에 신중한 입법을 요구했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등 시민사회단체 역시 강하게 반발했다. 경실련은 가덕도신공항에 대해 “그간의 국책사업 비용 실상으로 볼 때 비용이 40조원을 훌쩍 넘을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토건 적폐라고 비난했던 이명박 정부 4대강 사업의 23조원과는 비교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런 엄청난 사업을 비전문가 집단인 국회에서 전문가의 판단을 무시하고 강행하는 것은 후대에 죄를 짓는 것”이라고도 했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가덕도신공항 특별법 통과 직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저희들이 이런 일을 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고 묵묵히 지켜봐준 문 대통령께 각별한 감사를 드린다”며 “문재인 정부 남은 임기 중 기본계획까지라도 완성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아특법 개정안은 광주 문화전당 건립 등에 사업비 5조2912억원을 들이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지원 법안이다. 이날 본회의에 앞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전체회의에서 논란 끝에 수정 의결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당초 아시아문화원 소속 직원을 공무원으로 전환하는 법 조항에 대해 ‘채용 특혜’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와 여야 의원들은 해당 조항을 삭제하는 것에 합의했다.
국민의힘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간사인 이달곤 의원은 작년 문체위에서의 아특법 의결 과정을 “날치기 통과였다고 단정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민주당 소속인 도종환 문체위 위원장은 “아특법이 안건조정위에서 심도 있게 논의되지 않고 처리된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있다”고 인정했다.
여순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여순사건 보상에 수조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공대법은 전남 나주에 내년 개교하는 한전공대에 매년 500억원 규모의 운영비를 혈세로 지원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아특법은 광주, 한전공대법은 나주, 여순특별법은 여수·순천 등 대부분이 호남 지역의 숙원법”이라며 “호남 출신인 이 대표가 다음달 당대표를 사퇴하고 본격적으로 대선주자로 뛸 예정이어서 호남 지역의 상당한 압박을 받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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