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방에서는 반복적으로 수익 인증글이 올라왔다. ‘어떻게 투자하셨냐’는 A씨의 물음에 한 투자자는 “내가 걸어준 링크에서 상담을 받고 프로그램을 다운받아서 투자하면 성공한다”고 답했다. 그는 A씨에게 자신이 개설하는 1 대 1 대화방에 참여하라고 했다.
그는 1 대 1 대화방에서 A씨에게 오픈대화방 닉네임과 전화번호 등을 알려달라고 한 뒤 주식거래 프로그램 다운로드 링크를 보내줬다. A씨는 “다운받으려다 수상한 마음에 검색을 해보니 이와 비슷한 수법으로 사기를 친 사례가 있더라”며 “이 프로그램이 가짜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기꾼들은 가짜 HTS 프로그램 다운로드 링크를 발송해주고, 해당 프로그램을 설치한 회원만이 선물거래를 할 수 있다고 속인다. 가짜 HTS를 통해 주식 매매를 할 경우 실제 거래가 이뤄진 것처럼 표시되지만 증권사의 거래망과는 무관하다. 해당 HTS에서 주식을 매수하기 위해 입금을 하면 돈이 사기꾼들의 대포 통장으로 들어간다.
사기꾼들은 “통장으로 현금을 입금하면 HTS 프로그램 선물 거래에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로 환전해주겠다”고 속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사기꾼들이 SNS에 올려놓은 프로필은 대부분 거짓이고, IP조회를 해봐도 대포폰 계정인 경우가 많아 신원 특정이 쉽지 않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 불법 주식 리딩방에 대해 소비자 보호 ‘주의’ 경보를 내리기도 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금융 투자업 관련 사이버 불법 금융 행위 제보 건수가 495건으로 전년(139건)에 비해 세 배 가까이 급증했다.
서준배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사기방지연구회 부회장)는 “A씨가 들어간 카카오톡 오픈대화방 참여자 중 상당수가 바람잡이일 가능성이 높다”며 “사람들의 군중심리를 이용해 속이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최근 주식시장 등이 활황을 보이며 투자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높다”며 “이를 노리는 사기꾼도 늘어나는 추세여서 수사당국 차원의 단속이 필요하다”고 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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