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박에 천정 뚫은 美 국채 금리…버블 붕괴 신호탄인가 [조재길의 지금 뉴욕에선]

입력 2021-02-26 07:08   수정 2021-02-26 08:10


미국 투자자문사인 세븐스리포트 리서치의 톰 에세이 창업자는 어제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가 수 주 내 연 1.6%를 넘을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제롬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이 지금의 물가 상승세가 지속적이지 않다고 시장을 달랬으나 국채 금리는 더 뛸 것으로 본 겁니다.

그런데 에세이가 이 발언을 내놓은 지 단 하루 만인 25일(현지시간) 10년짜리 금리는 1.6%를 넘어버렸습니다. 월가의 공포지수로 통하는 시카고옵션거래소의 변동성지수(VIX)는 35.4% 급등한 28.89로 마감했습니다.

시장에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거품이 형성됐던 증시가 드디어 하락세로 돌아선 게 아니냐는 우려를 하고 있습니다. 작년부터 시장을 이끌어 온 나스닥의 대형 기술주들이 더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채권 금리가 뛰면 금융주 주가가 오르는 게 보통인데, 금융주 역시 1.81% 내렸습니다. 전형적인 약세장의 특징을 보여준 겁니다.

미 외환중개 업체인 OANDA의 에드워드 모야 선임 애널리스트는 CNBC 인터뷰에서 “미 국채와 증시 간 밀접한 상관 관계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며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이 하락세를 주도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습니다. 최근의 잇따른 지수 조정은 “오르기만 하는 자산은 없다”는 격언을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아래는 오늘 아침 한국경제TV ‘굿모닝 투자의 아침’과의 인터뷰 내용입니다.

▶오늘 마감한 미국 증시의 특징적인 부분을 짚어주시죠.

미국의 국채 장기물 금리가 급등하면서 증시를 뒤흔들었습니다. 작년부터 시장을 주도해 온 나스닥이 하룻동안 3.52% 급락했습니다.

벤치마크로 쓰이는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한때 연 1.614%(마감은 연 1.54%)를 기록했습니다. 어제(연 1.38%)보다 0.2%포인트 넘게 뛴 겁니다. 지금 금리는 작년 2월 19일(연 1.56%) 이후 가장 높습니다. 30년 만기 금리도 장중 연 2.352%(마감은 연 2.33%)까지 뛰었습니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이 하원 청문회에서 “2.0%의 물가 목표를 달성하는 데 3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말했지만 시장을 안정시키는 데는 역부족이었습니다. 특히 저금리 수혜를 가장 많이 봤던 것으로 평가되는 대형 기술주들이 줄줄이 떨어졌습니다.


이날 국채 금리의 급등을 촉발한 건 아이러니하게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였습니다.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일주일 전보다 11만1000건이나 감소한 73만 건으로 집계됐고, 작년 4분기 미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당초 4.0%였는데, 4.1%로 수정됐습니다. 화이자 모더나에 이어 존슨앤드존슨 백신의 사용승인까지 임박했고, 1조9000억달러에 달하는 슈퍼 부양책도 가시화하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공매도 논란 속에서 시장 불확실성을 키웠던 게임스톱 주가는 이틀 연속 급등했고, 이날도 18.6% 올랐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반도체와 배터리 등의 공급망 검토를 지시하자, 중국 견제 목적이라는 의견이 줄지어 나오고 있지 않습니까.

바이든 대통령이 어제 반도체 칩과 전기차용 배터리, 희토류, 의약품 등 4개 핵심 품목의 공급 사슬에 대해 향후 100일 간 면밀하게 검토하도록 행정명령을 내렸는데요, 모두 미국이 최근 심각한 공급 부족 현상을 겪은 원자재 또는 부품입니다.

이번 행정명령은 중국을 견제하려는 포석이란 해석이 나옵니다. 해당 품목이 모두 중국 정부가 국가 역량을 집중하고 있거나 이미 상당한 우세를 확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백악관에서도 “중국과 같은 적대국에 핵심 품목의 공급을 의존하는 건 커다란 위협”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반도체와 배터리가 ‘100일 검토’ 대상에 포함된 부분은 한국도 유심히 지켜봐야 할 대목인데요, 미국 내 생산 시설을 확대하라는 요구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글로벌 공급망에서 미국과 중국 중 한 곳을 선택하라는 압박이 거세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연내 디지털 달러 시대가 열릴 것이란 전망도 있는데 현지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요.

파월 의장이 청문회에서 “올해는 디지털 달러와 만나는 첫 해가 될 것”이라고 밝혀 관심을 모았는데요, Fed가 의회와 접촉하는 등 적극 관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관련법 제정 작업을 시작하겠다는 겁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도 이틀 전 “비트코인이 아니라 중앙은행의 디지털 화폐가 유통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디지털 화폐에 대해 신중했던 미 정부가 발행 쪽으로 방점을 찍은 것으로 해석됐습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역시 무역 결제 및 금융 거래에서 디지털화를 사용하는 국제 프로젝트에 가입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중국은 세계 최초로 디지털 화폐를 상용화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Fed의 달라진 움직임은 디지털 통화 전쟁에서도 중국을 견제하려는 목적이 있을 것이란 분석입니다. 디지털 통화 부문에서도 미·중 간 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겁니다.

▶향후 주요 이슈와 이벤트를 소개한다면.

증시가 기다려왔던 슈퍼 부양책은 한국 시간으로 토요일 새벽(현지시간 26일 오전) 하원을 통과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럼 바로 상원으로 넘어가 법안 심의에 들어가는데, 다른 법과 달리 예산 조정 절차로 진행되고 있어 과반수만 찬성하면 즉각 시행할 수 있습니다.

현재 상원은 민주당과 공화당이 50석씩 나눠 갖고 있는데, 이 법안에 포함된 최저임금 인상 조항에 대해 민주당 일부 의원이 반대 의사를 밝힌 상황이어서 끝까지 지켜봐야 합니다. 부결되면 증시엔 또 다른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다음주 발표되는 경제 지표 중 주목할 만한 건 고용 동향입니다. 5일에 2월 실업률이 나옵니다. 올 1월 실업률은 6.3%로, 작년 12월 대비 0.4%포인트 떨어졌습니다. 앞서 4일에 공개되는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도 지켜봐야 합니다. 지난주 청구건수는 일주일 전보다 11만1000건이나 줄어 대규모 실업 사태가 진정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습니다.

3월(16~17일)엔 1년에 8차례 열리는 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예정돼 있는데, 이에 앞서 경기동향 보고서인 베이지북이 3일 공개됩니다. 베이지북은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FOMC의 기초 자료로, 미국 내 12곳의 지역 연방준비은행이 준비합니다. 현재 경기 상황에 대한 Fed의 인식을 엿볼 수 있습니다.

작년 4분기(또는 2021회계연도 1분기) 실적 발표도 이어집니다. 화상회의 시스템 구축업체인 줌과 스노플레이크, 코스트코, 타겟, 갭 등이 성적표를 내놓습니다.

다음은 다음주 주요 일정입니다.

- 1일(월)
실적 발표 : 줌 프로그레시브

- 2일(화)
실적 발표: 타겟 콜스 HP엔터프라이즈 애버크롬비&피치 로스 노드스트롬

- 3일(수)
실적 발표 : 스노플레이크 브룸 블랙록 웬디스 달러트리 트립닷컴
경제 지표 : Fed 베이지북 / ADP 고용보고서(2월 기준)

- 4일(목)
실적 발표 : 코스트코 갭 브로드컴 크로거 시에나 BJ's 딕시
경제 지표 :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전 주 기준) / 공장 주문(1월 기준)

- 5일(금)
경제 지표 : 미국 실업률(2월 기준) / 무역적자(1월 기준)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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