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에 등장하는 시계는 오전 5시30분부터 흘러가기 시작한다. 노트북을 보며 열심히 필기하는 모습, 신문을 필사하는 모습이 나온다. 대학원생 강민지 씨(31)의 인스타그램이다. 강씨는 지난해 11월부터 매일 새벽 5시에 일어나 잠을 깨기 위해 커피나 차 한 잔을 들고 책상 앞에 앉는다. 서너 시간 외국어 공부와 신문 읽기를 한다. 인스타그램에 어떤 공부를 했는지, 공부하며 무슨 생각을 했는지 등을 담은 게시글을 꾸준히 올린다. 강씨는 “나를 위한 투자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왔는데 바쁜 일상에서 시간을 짜내기 어려웠다”며 “가장 하기 싫고 귀찮은 일을 아침에 끝내고 나면 뿌듯함도 크다”고 말했다.
최근 2030 젊은 세대 사이에서 ‘미라클모닝(Miracle Morning)’이라는 새로운 자기계발 트렌드가 인기다. 미라클모닝이란 2016년 발간된 동명의 책에서 나온 개념이다. 일과가 시작되기 전 이른 시간에 일어나 공부, 운동, 명상 등을 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자기계발 바람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파괴된 일상 속에서 자신을 되찾으려는 심리·사회적 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이직을 준비하는 직장인 박모씨(33)는 반년 전부터 오전 4시에 일어나고 있다. 1시간 동안 명상과 요가를 하고 2시간은 인터넷 강의를 수강하거나 독서를 한다. 박씨는 “코로나19로 회사 사정이 어려워져 회사만 믿을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됐다”며 “새벽 시간대 인터넷 강의를 들으면서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M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는 미라클모닝 활동을 인스타그램, 유튜브와 같은 SNS에 ‘인증’하는 경우가 많다. 인스타그램에선 미라클모닝과 관련된 해시태그만 약 30만 건에 달한다.
취업준비생 유튜버 ‘미라클달콩’은 “유튜브를 하며 나같이 무기력증과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걸 알게 됐고, 서로 응원하며 미라클모닝을 함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2020년 상반기 진료비 주요 통계’에 따르면 2020년 상반기 정신건강의학과 내원 일수는 614만 일로 전년 같은 기간(556만 일)보다 10.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진료비용도 2815억원에서 3327억원으로 18.2% 늘었다.
전문가들은 자기계발이 우울증, 불안감 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사회의 불안정성이 커질 때마다 위기감을 느끼는 개인들 사이에서 자기계발에 나서는 현상이 나타난다”며 “자기계발은 일종의 ‘자기돌봄(셀프케어)’으로, 통제 불가능한 사회에서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에 관심을 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작은 성과를 계속 이뤄가는 것은 자기효능감을 키우는 데 큰 도움을 준다”고 덧붙였다.
자기계발 도서를 찾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지난해 자기계발서 《더 해빙》은 국내 주요 서점 네 곳에서 올해의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전자책 플랫폼 리디북스를 서비스하는 리디 관계자는 “코로나19가 확산한 이후 경제·경영, 자기계발 분야에서 구독자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남영 기자 ny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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