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3·1절 기념사를 통해 교착 상태인 한일관계에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관심이 쏠린다. 임기가 1년여 남긴 만큼 수위가 높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한편, 그간 한일관계 개선에 심혈을 기울이겠다는 각오를 거듭 밝혀왔다.
다만 최근 램지어 하버드대 교수의 논문으로 인해 국내 반일 정서가 재차 들끓고 있어 이번 기념사에서 유화 메시지를 제시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공식 일정을 잡지 않은 채 3·1절 기념사를 다듬는 데 고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달 문 대통령은 주일 대사에 '지일파'인 더불어민주당 강창일 전 의원을 임명하는 등 대화를 염두에 둔 '시그널'을 보내기도 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이후 한미일 공조를 강화해 북핵 문제 해결과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을 견제하는 방안을 구상하는 미국에 한일 갈등은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위해 어떤 제안을 할지도 이목이 집중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한일 협력을 강조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스가 요시히데 총리 취임 후 첫 통화에서 코로나 대응 등을 위한 협력 필요성에 공감하기도 했다.
하지만 관건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및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 문제와 관련한 해법으로 지목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19일 민주당 지도부와의 간담회 당시 "당사자 의견을 배제하고 정부끼리 합의하기는 어려움이 있다"며 "일본의 진심 어린 사죄에 달린 상황"이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지난달 정부의 국방백서에서 일본에 대한 표현이 '동반자'에서 '이웃 국가'로 격하돼 일본이 반발하는 등 한일간 갈등은 지속되고 있다. 지난 24일(현지시간) 한일 정부 당국자들은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최종문 외교부 2차관이 전날(23일) 기조연설에서 '위안부 문제'를 언급한 것을 두고 첨예한 신경전을 벌였다. 일본 정부는 지난 22일 지방자치단체 주최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의 날' 행사를 계기로 '독도는 일본 땅'이라는 억지 주장을 되풀이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강력 반발하며 소마 히로히사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초치해 항의한 바 있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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