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곳곳서 새는 국가보조금, 대대적 통폐합 외 대안 없다

입력 2021-02-28 17:09   수정 2021-03-01 00:07

국가보조금은 ‘눈먼 돈’이라는 사실이 다시 한번 입증됐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국가보조금 부정수급 사례가 2016년 214건이던 것이 2017년 234건, 2018년 492건, 2019년 546건, 지난해 612건으로 현 정부 들어 급증 추세를 보였다. 신고한 것 중 적발 건수가 이 정도일 뿐 실제 부정수급은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돼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해졌다.

국가보조금은 중앙정부가 일정 요건을 갖춘 개인에게 급여형으로 지급하거나 민간 단체에 사업비 일부를 보조하는 것이다. 부정 수급이 크게 늘어나는 원인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관련 예산이 급증한 것도 큰 요인이다. 나랏빚은 아랑곳 않고 현금 살포식 복지를 크게 늘리니 나랏돈을 곶감 빼먹듯 하는 게 만연하는 것이다. 보조금 예산은 2017년 59조6000억원에서 올해 64.2% 늘어 97조9000억원이 됐다. 4차 재난지원금 등 코로나 보상이 이어지고 내년 대선도 있어 보조금 예산은 더 늘어나게 돼 있다. 부정 수급도 덩달아 증가할 수 있다는 얘기다.

물론 예산 급증만 탓할 일은 아니다. 보조금이 ‘공짜 돈’으로 인식돼 일단 타내고 보자는 도덕적 해이와 허술한 관리·감독이 맞물리다 보니 나랏돈 누수가 발생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이상할 것이다. 부정 수급 사례를 보면 허위 등록은 기본이고 공무원·교원까지 긴급생계자금을 부당 수령하고 있다. 취업 후에도 실업급여를 받는 등 관리에 조금만 신경 쓴다면 사전에 막을 수 있는 게 수두룩하다. 돈만 퍼부어 놓고 관리는 ‘나몰라라’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 정도다.

보조금 누수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해마다 문제점 지적이 있었고, 그럴 때마다 당국은 대책을 내놓긴 했다. 부정수급 고위험 사업군 특별 관리, 시도별 전담 감사팀 설치 및 연중 집중단속, 신고포상금제 활용 등이 나와 있다. 하지만 일선에선 집행 실적에만 골몰하고 누수대책은 늘 말로만 그치는 게 현실이다. 국회와 각급 행정기관, 지자체와 이해 집단이 결탁한 ‘보조금 먹이사슬’이 공고해 깨기 쉽지 않은 측면도 있다.

‘밑 빠진 독’이 된 부실 국고보조사업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시급하다. 보조금이 재정 운용의 가려진 블랙홀이 돼선 안 된다. 앞서 여러번 제기된 보조금 통폐합을 하루 빨리 실행에 옮겨야 한다. 일정 기한 내 보조금 감축 목표를 설정하거나, 보조금 사업 하나를 새로 만들면 기존의 것 2~3개를 없애는 식의 특단의 원칙이라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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