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관련업계와 지역 공인중개사에 따르면, 서울 구로동과 경기도 광명시 일대의 재건축 아파트의 호가가 일제히 뛰었다. 매물이 사라진데다 나와있는 매물의 호가는 2000만~8000만원까지 순식간에 올랐다. 정부가 지난 24일 광명·시흥 일대를 6번째 3기 신도시로 선정하면서 내놓은 교통대책의 수혜를 입을 것으로 예상돼서다.
광명시 하안동 3단지, 6단지 등 주공아파트들은 매물이 쏙 들어갔다. 일대의 아파트값은 작년 하반기부터 우체국 사거리에 지하철이 들어선다는 기대감에 오르고 있었다. 이번 정부의 발표로 확실한 호재로 자리잡았다. 주공 3단지(2220가구)에서는 전용 36㎡(15평)의 호가가 발표 직후 2000만원이 오른 매물이 나왔다.
지역의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광명시흥 신도시로 일대에 공급이 많아지긴 하겠지만, 정부가 짓다보니 임대가 대부분 아니겠느냐"며 "하안동 일대는 이미 인프라를 갖추고 있는데다 민간 재건축 단지들이 예상돼 수요자들 관심이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에서 문의가 늘어났다"며 "기존 아파트들은 신도시가 들어설 때 즈음에는 노후될 수 있지만, 재건축은 새 아파트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고 덧붙였다.
구로동 '구로주공1차' 전용 84㎡ 매물은 호가가 12억원까지 치솟았다. 같은 면적의 매물들의 호가가 대부분 10억원을 넘겼다. 정부가 발표가 나오고 수천만원씩 호가를 올렸다는 게 주변 공인중개사들의 얘기다. 지난달 신고가로 나온 거래가가 9억5000만원이었다. 호가대로 거래가 성사된다면 며칠새 2억원가량 집값이 오르게 됐다. 구로동의 A공인중개사는 "정부 발표가 나오고 연휴임에도 연락이 계속 오고 있다"며 "매수·매도자 할 거 없이 문의가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문가들은 집값이 진정될 시장 분위기에 정부가 대책을 발표하면서 되레 들쑤시고 있다고 꼬집었다. 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에서 교통은 집값 상승의 일등공신"이라며 "진정되고 있는 시장에 정부 발표가 불을 지피고 있는 꼴이 됐다"고 지적했다.
집값 상승률도 줄고 있었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22일 기준으로 발표한 아파트값 상승률은 0.08%로 2월 1~2주에 기록했던 0.10%, 0.09%에 보다는 낮았다. 전셋값은 2월 1주에 0.11% 올랐지만, 2월 2주부터 4주까지 0.10%→0.08%→0.07% 등으로 상승률이 좁혀지고 있다.
서울의 아파트 매매수급 지수는 (지난 22일 기준) 109.8로, 지난주(110.6)보다 0.8포인트 내려갔다. 매매수급지구는 작년 11월 마지막 주 100.2로 100을 넘긴 뒤 이달 둘째 주까지 10주 연속 올랐다. 2월 2주 111.9까지 치솟아 작년 7월 이후 최고치에 달했지만, 2월 3주 110.6에 이어 4주에는 109.8로 2주 연속 하락했다.
이 지수는 회원 중개업소 설문과 인터넷 매물 건수 등을 분석해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한 것이다. '0'에 가까울수록 공급이 수요보다 많음을, '200'에 가까울수록 수요가 공급보다 많음을 의미한다. 여전히 100을 넘어 수요가 많긴 하지만, 강도는 다소 주춤해진 것으로 해석된다.
새 아파트의 공급시그널도 시작됐다. 보통 분양 성수기는 설연휴가 끝난 3월부터 시작된다. 서울을 비롯해 수도권에서 아파트 분양이 쏟아진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이달에만 수도권 2만7775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서울에서는 올해 첫 분양 아파트가 연이어 나온다. 강동구 고덕동 ‘고덕강일제일풍경채’가 780가구의 청약을 오는 3일 받고, 광진구 자양동 ‘자양하늘채베르’에서는 51가구의 일반분양이 나온다. '전·월세 금지법' 규제 적용을 피한 마지막 서울 아파트 단지다.
경기도에서는 오는 8일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에 짓는 '북수원자이 렉스비아'가 청약을 받을 예정이다. 2607가구 중 1589가구가 일반분양분이다. 태영건설은 용인시 처인구 용인8구역을 재개발하는 ‘용인 드마크 데시앙’을 분양할 예정이다. 1308가구에서 1069가구가 일반에 공급된다. 인천 미추홀구 학익동에 마련될 1879가구 규모 '시티오씨엘' 3단지가 풀린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집값을 잡기 위해 대책을 내놓는지 의문"이라며 "수도권은 말할 것도 없고 지방까지 미분양 아파트가 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하나 한경닷컴 기자 ha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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