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협, 정치협상회의는 이름 그대로 공산당 이외의 8개당파들과 협의를 통해 정치를 한다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의결권 없는 자문기구의 성격입니다. 문화계 체육계 경제계 등의 각계의 대표들을 대표한다는 의미에서 농구선수 야오밍도, 홍콩배우 성룡도, 텐센트의 마화텅도 정협위원이었습니다. 정협이 전인대보다 하루 일찍 열리는데 이는 논리상 정치협상을 먼저하고 의결을 한다는 의미에서입니다.
당(?)이 모든 것의 상위에 있는 당정(?政)국가인 중국은 실질적인 모든 권력은 당이 쥐고 있고 형식상의 권한을 가진 곳이 전인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양회의에서 전인대가 핵심이고 정협은 우리로 치면 국정자문회의 같은 것입니다. 그래서 중국에서 당서열도 주석(시진핑), 총리(리커창), 전인대상무위원장(리잔수), 정협주석(왕양) 순으로 되어 있습니다.
헌법에 전인대가 국가예산과 국민경제계획을 심의하고 비준하는 조항을 넣음으로써 전인대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 입법 뿐만 아니라 국가예산과 경제계획을 비준하는 기능을 하도록 했습니다. 그러면서 전인대의 개최일정이 중요해 졌습니다.
양회의를 3월에 개최하는 이유는 첫째, 국가예산 심의에 개최날짜가 너무 빠르면 관련 데이터가 나오지 않고 너무 늦으면 신년도 예산집행에 문제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통상 각 부처의 통계치가 1~2월에 나옵니다. 3월에 개최하는 것이 시기상으로 합리적이라는 것이지요. 또한 1분기는 전체예산의 3분의 1정도가 집행되는 시기다보니 이를 너무 늦추면 곤란해집니다. 둘째는 중국의 최대 명절인 춘절이 통상 1~2월에 있기 때문에 이를 피하기 위함 입니다.
양회의의 하이라이트는 전인대에서 리커창 총리의 국무원 정부업무보고입니다. 2020년의 경제를 리뷰하고 2021년 중국경제의 방향과 중요 정책 주요경제지표의 목표를 발표하게 됩니다. 그리고 전인대 마지막날 전세계 기자들을 상대로한 리커창 총리와의 일문일답입니다. 물론 어느정도 윤곽이 나와있긴 하지만, 전세계 기자들을 상대로 총리와 일문일답을 한다는 점에도 의미가 있습니다. 올해에는 코로나19로 온라인 기자회견 혹은 소수의 인원만 참석하는 간이 기자회견이 될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지난해 전세계가 코로나19로 마이너스 성장을 했지만 중국만 유일하게 2.3%의 성장을 했습니다. 전세계에서 가장 먼저 경기회복을 했기 때문에 중국이 통화단속을 하거나 금리를 인상하는 등 금융긴축을 언제 시작할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입니다. 2021년 중국 국내총생산(GDP)은 2020년의 기저효과로 8%~9%대의 성장율을 보일 전망입니다. 그러나 소비와 투자가 아직 부진하고 소비자물가가 마이너스인 상황이라서 중국정부는 조기긴축은 없을 것이라는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국채금리 상승에 놀란 전세계투자자들은 중국의 성장률보다 긴축시기에 더 관심을 보일 수 밖에 없습니다.
중국이 경제성장율 목표를 제시할 것인가도 관심삽니다. 예년의 관례처럼 성장률 범위를 두루뭉실하게 내 놓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작년 12월의 경제공작회의에서 이미 모든 정책과 수치는 사실상 확정했고 이제는 발표만 남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주요 기관들이 2021년 중국경제성장 예측치를 발표하고 있는데 2021년 중국경제 GDP성장율 컨센선스는 8.9% 선입니다.
이번 양회의에서 중국은 향후 5년뒤의 경제의 방향을 정하는 14차5개년 계획을 확정 짓습니다. 2050년까지 가는 중간단계로 2035년까지 향후 15년의 중기목표도 발표합니다. 2035년에 1인당 GDP가 현재의 두배를 달성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2021년 양회의에선 2021년+2025년+2035년의 중국경제의 빅픽쳐가 나올 전망입니다.
2020년에 중국GDP는 이미 미국GDP의 71%선에 도달했습니다. 중국이 현재와 같은 5~6%대의 성장을 지속하고 미국이 2~3%대의 성장을 지속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2025년 중국GDP는 미국의 90%에 달하고 그 이후 5년내에 GDP에서 미국을 추월하게 됩니다. 최근 미국, 영국, 일본의 예측기관들은 중국GDP가 미국GDP 규모를 추월하는 시기를 2027~2028년으로 보고 있습니다.
2035년까지 경제력에서 미국을 추월하고 2050년에 군사력에서도 미국을 추월하겠다는 것이 시진핑의 국정 아젠다인 '중국의 꿈(中??)'입니다.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은 4년 집권계획을 짜지만 시진핑은 2025년까지 5년계획을 작성했고, 한발 더 나아가 2035년까지 15년 중기계획을 짜고 있습니다. 시진핑의 계획대로 중국이 간다면 시진핑은 중국역사에 영원히 남을 대업을 이루게 되는 겁니다. 실패하면 허풍 쎈 정치인으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것입니다.
중국이 미국을 추월하는 일이 벌어진다면 우리 한국은 어떻게 될까요? 한국에서는 중국위기론, 붕괴론이 넘치지만 상황은 다르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경제력에서든 국력에서든 중국의 미국 추월은 미국보다 한국에 더 큰 리스크로 다가 올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중국에 대해 냉정하고 정확하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항상 중국에 대해서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대비를 하는 것이 리스크를 줄이는 길입니다.
한국, 중국의 부상에 조심해야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중국의 부상에서 한국이 얻을 것을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2025년까지 중국의 국정 최우선 순위를 국가 '안전'에 두고 있습니다. 14차5개년 계획의 핵심 키워드 중 가장 많이, 22번이나 강조한 단어가 바로 '안전'이었습니다. 바로 미국과의 전쟁을 대비한다는 것이지요. 영토안전, 식량안전, 네트웍 안전, 경제안전, 생물안전, 식량안전이 중국이 가장 신경 쓰고 주력하는 분야입니다.
중국의 '안전'산업에서 한국이 먹을 것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2021년 중국은 내수확대와 녹색산업 육성, 기술국산화에 주력합니다. 한국, 중국의 양회의를 옆집의 정치행사로 만 지나쳐 볼 일이 아니고 중국의 성장산업에 올라타서 돈 벌 기회를 어떻게 잡을지 깊이 고민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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