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대출 상환 유예조치를 6개월 더 연장한다고 금융위원회가 2일 발표했다. 당초 이달 말 끝날 예정이었으나 오는 9월 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대출을 갚기 버거운 사업자들은 9월 말까지 신청하면 만기를 연장하거나 원금·이자 상환을 미룰 수 있다. 은행은 물론 2금융권과 정책금융기관의 대출·보증까지 모두 포함된다. 권대영 금융위 금융산업국장은 브리핑에서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고, 국내 금융회사의 건전성 지표가 양호한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4월 시작된 대출 상환 유예조치는 원래 6개월만 시행할 계획이었지만 두 차례 연장됐다. 갚지 않고 미뤄둔 원금과 이자는 130조원을 넘는다.
금융위는 유예기간이 끝난 10월 이후 빚 상환 부담이 한꺼번에 몰리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연착륙 방안’을 함께 내놨다. 차주가 금융회사와 협의를 거쳐 최종적인 상환 방법·기간을 스스로 선택하는 게 골자다. 금융위는 유예기간 종료 후 선택할 수 있는 상환 방식의 여러 가지 예시를 소개했다.
예컨대 6000만원을 연 5% 고정금리, 일시상환 조건으로 빌린 자영업자 A씨가 만기를 1년 앞두고 이자 상환을 6개월 유예했다고 하자. A씨가 미뤄둔 이자는 매달 25만원씩 총 150만원이다.
이게 부담스럽다면 이자를 유예받은 기간(6개월)만큼 만기를 연장할 수도 있다. 유예기간 종료 후 1년에 걸쳐 기존 이자 25만원과 유예이자 12만5000원(150만원÷12개월)을 더해 매달 37만5000원을 내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월 이자 상환액은 기존의 1.5배에 그친다. 다만 만기를 연장한 만큼 원금에 대한 이자가 추가되기 때문에 A씨가 부담해야 할 이자 총액이 150만원(25만원×6개월) 늘어나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이마저 버겁다면 이자 유예기간보다 훨씬 길게 만기를 2년 연장하는 것도 가능하다. 유예기간 종료 후 2년6개월 동안 기존 이자 25만원에 유예이자 5만원(150만원÷30개월)까지 매월 30만원을 이자로 납부하면 된다. 이 방식을 선택하면 월 상환액은 기존 대비 1.2배고, 이자 총액은 600만원(25만원×24개월) 많아진다.
월 30만원인 이자조차 갚기 어렵다면 6개월가량의 거치기간을 두는 방법도 선택할 수 있다.
금융위는 “연착륙 지원 5대 원칙을 준수하는 범위 안에서 이들 예시와 다른 방안도 운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사가 차주의 상황을 고려해 최적의 상환방안을 조언하고, 최종적인 상환 방법과 기간 등은 차주가 직접 고르도록 했다. 계획보다 일찍 갚아도 중도상환수수료를 내지 않는다.
다만 차주의 만기 연장 요구를 은행이 어디까지 받아줘야 하는지는 명확한 기준이 없다. 금융위는 “상환기간은 유예기간의 최대 두세 배가 적정하다는 의견이 있다”면서도 “일률적으로 제한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다만 정부는 대출 상환 유예조치를 9월 말 ‘진짜 종료’할지에 대해선 명확하게 답하지 않았다. 권 국장은 “방역과 경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금융권과 협의할 사항”이라며 추가 연장 가능성도 열어놨다.
금융당국은 “금융회사가 상환 유예된 대출에 대해 충당금을 더 쌓을 의무는 없고, 미수이자를 회계상 이자수익으로 잡아도 괜찮다”고 밝혔다. 부실 징후가 발견되면 개별적으로 건전성 분류를 조정하고 충당금을 추가 적립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