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우회 상장 통로로 활용되는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이 지난달 전 세계에서 1090억달러(약 122조5000억원) 규모의 거래를 맺은 것으로 집계됐다. 스팩은 투자자를 모집해 상장한 뒤 비상장사를 인수합병(M&A)해 복잡한 절차 없이 비상장 기업이 상장하는 효과를 내게 한다. 일반적 기업공개(IPO)와 절차가 다른 서류상 회사여서 ‘백지수표 회사’로도 불린다.
2일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금융정보업체 리피니티브를 인용해 지난달 스팩이 체결한 인수 거래가 50건으로 규모는 1090억달러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가장 큰 거래는 전기자동차 업체 루시드모터스와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스팩 처칠캐피털의 합병이었다. 루시드모터스의 가치는 240억달러 이상으로 평가받고 있다.
미국 에어택시 스타트업 조비항공도 스팩을 통해 우회 상장한다. 기업가치 66억달러 수준으로 평가받는 조비항공은 비즈니스 인맥 플랫폼 링크트인의 공동 창업자인 리드 호프먼 등이 설립한 스팩 '리인벤트 테크놀로지 파트너스'와 합병할 예정이다.
FT는 "올해 들어 두 달간 스팩이 글로벌 M&A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를 넘었다"며 "유망한 스타트업을 낚아 채려는 스팩의 경쟁적 투자가 이어지면서 기업들의 가치가 크게 치솟고 있다"고 전했다.
스팩 열풍에 다양한 유명인사들도 투자자로 참여하고 있다.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인 빌 애크먼, 테니스 챔피언 세레나 윌리엄스, 힙합가수 제이지 등이 잇따라 스팩 투자에 뛰어들었다. 잭슨 가튼 마케나캐피털 이사는 “과거에 SPAC은 ‘더러운 4글자’로 불렸지만 최근 큰 변화가 생기면서 오명이 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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