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는 수사와 기소로 말해야 한다’는 점에서 윤 총장의 언론을 통한 입장 표명은 그리 좋은 모양새는 아니다. 그러나 윤 총장 스스로 “여론에 호소할 방법밖에 없다”고 했듯이, 여권이 온갖 압박을 가해온 데다 중수청 입법을 ‘속전속결’로 밀어붙이는 상황이어서 이해 못 할 바도 아니다.
여권이 6월까지 입법을 완료하겠다며 내건 명분이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를 통한 ‘공룡 검찰 개혁’이다. 하지만 그 내용을 보면 아예 검찰의 수사권을 떼내 무력화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이미 올해부터 검찰의 일반 수사는 경찰 국가수사본부로, 고위공직자 비리 수사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넘어갔다. 그나마 검찰에 남은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산업·대형참사) 수사마저 중수청으로 넘기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검찰은 공소 유지만 담당하는 껍데기로 남고, 중대범죄 수사 역량이 떨어질 우려가 크다.
더구나 공수처와 국수본은 구성이 마무리되지도 않았다. 공수처가 제 역할을 할지, 경찰이 수사능력을 갖췄는지 검증도 안 된 상태에서 중수청 설치를 서두르는 배경에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당장 법조계에선 검찰의 권력형 비리 수사를 저지하려는 게 진짜 목적이란 비판이 거세다. 수사·기소 대상인 피의자들이 중수청법 발의를 주도해 ‘분풀이’란 인상도 풍긴다.
중수청 설치는 국가 근간인 형사사법 체계를 송두리째 바꾸는 것이다. 검사의 수사·기소권은 1954년 형사소송법에 명문화된 이후 그 골격을 유지해 왔다. 형사사법 제도는 잘못 고치면 국가 기강이 흔들리고 그 고통은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윤 총장의 우려대로 중수청 설치로 자칫 권력층 범죄·비리가 수사망에서 빠져나가는 ‘치외법권’이 생긴다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 여권은 이에 대한 답부터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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