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사업자 등록을 해야 지원금을 준다고 했지만 노점상들은 신용불량 등으로 사업자 등록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사람이 많다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노점상 단체 등과 협의 한 번 안 하고 졸속으로 대책을 내놓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전국 최대 노점상 단체인 민주노점상전국연합 관계자는 3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통화에서 “노점상 중에는 신용불량자나 장기 세금 체납자 등이 많아서 현실적으로 사업자 등록이 힘들다”며 “사업자 등록을 전제로 한 지원책은 사실상 지원을 안 하겠다는 얘기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길게 보면 노점상도 사업자 등록을 확대해야 한다고는 생각한다”면서도 “코로나19 사태로 상당수 노점상이 굶어 죽게 생긴 상황에서 지원금을 미끼로 등록하라는 건 협박에 가깝다”고 했다.
사업자 등록이란 납세의무자에 해당하는 사업자를 세무관서의 대장에 수록하는 것을 말한다. 원칙적으로 모든 사업자는 등록을 하고 부가가치세와 소득세를 납부한다. 하지만 노점상은 구조적으로 등록을 못 하는 경우가 많고, 자신의 열악한 신용 상태 등이 노출되기 때문에 대다수가 사업자 등록을 회피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노점상에 지원금 50만원을 줘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또 다른 노점상 단체인 전국노점상총연합 관계자도 “노점상들이 얼마나 열악한 상황에 처해 있는지 알면 이런 대책을 만들 수 없다”고 지적했다. 민주노점상전국연합과 전국노점상총연합은 4일 청와대 분수광장 앞에서 노점상 지원 대책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정부는 미등록 노점상도 현금 지원을 받는 길을 열어놓긴 했다. ‘한시 생계지원’ 사업(인당 50만원)을 통해서다. 하지만 한시 생계지원금은 기준중위소득 75% 이하 등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소득 자료를 잘 갖춰놓은 노점상이 드물어 생계지원금도 받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소상공인은 소상공인대로 불만이다.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정책홍보실장은 “세금 한 푼 안 내는 노점상을 지원하느라 세금을 성실히 내고 사업해온 자영업자의 지원금이 줄었다는 불만이 많다”고 말했다.
정부는 2일 발표한 2021년도 추가경정예산안을 통해 소상공인 지원금을 100만~500만원으로 정했다. 당초 정치권에서 거론되던 ‘최대 700만원’보다 낮은 수준이다. 노점상 지원책을 껴 넣는 바람에 지원금이 줄어든 것 아니냐는 게 소상공인 측 주장이다.
서민준 기자 morand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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