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 능력에 따라 페이를 산정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SW 능력을 판정하는 체계적인 틀과 함께 어떤 프로젝트에 어느 수준으로 참여했는지 등을 고려해야지, 지금과 같이 근속 연수에 따라 급여를 책정하는 체계는 개선해야 한다.” (나연묵 한국정보과학회장·단국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2일 한국경제신문사가 진행한 ‘SW개발자 인재난, 해법을 찾는다’ 웨비나에서 국내 SW 분야 최고 권위자들은 대학교와 기업체, 부트캠프가 연계된 ‘3각 동맹’ 부터, 공교육의 컴퓨터 교육 강화, 박사 과정 대학원생의 산업 현장 문제 해결 논문 연구 등 다양한 고언을 내놨다.
안현실 한경 논설위원 겸 전문위원의 사회로 진행된 웨비나에는 하정우 네이버 AI LAB 연구소장과 박현제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장이 발제자로 나섰다. 서정연 SW중심대학협의회 회장(서강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이민석 이노베이션아카데미 학장, 남세동 보이저엑스 대표, 배두환 KAIST 전산학부 교수(KAIST SW교육센터장), 송석리 서울고 정보교사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나 회장은 당장 산업계에서 도입해야 할 해법으로 급여체계의 현실화를 꼽았다. 그는 “개발자 보너스가 1억원까지 프리미엄 붙는 현상은 고무적이다”며 “최근엔 서울대·고려대 컴퓨터공학과 입학 정원이 의대보다 좋아졌다”고 했다. 이어 “코딩 능력을 측정해서 페이에 반영해야 양질의 인력이 더욱 많이 산업계에 들어올 것이다”고 했다.
발제자로 나선 하정우 네이버 AI랩 연구소장은 대학교와 기업, 부트캠프(비제도권 SW개발 교육기관)의 ‘3각 동맹’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대학교에서 우수한 학생들에게 기본기를 가르치지만 기업체에서 실제 사용하는 개발언어, 프레임워크들과는 거리가 멀다”고 했다. 그는 “대학교와 기업이 각각 학점교류와 인턴십을 통해 실제 프로젝트 단위로 타이트하게 결합하고 여기에 부트캠프에서 실전 개발 툴에 대한 멘토링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하 소장은 네이버가 프랑스에서 진행하고 있는 ‘공동학위제’도 한국에서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박사 과정 연구자가 길게는 2~3년간 산업계의 문제를 논문 연구 주제로 삼는다면 실제 산업에 친숙한 연구자를 양산할 수 있다”며 “현재 길어야 6개월인 인턴십보다 훨씬 생산적일 것”이라고 했다.
박현제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장은 “글로벌 SW 인재 쟁탈전에 맞서 해외 인재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동남아 국가 등에도 우수한 SW인재들이 있다”며 “코로나19 상황으로 원격 근무 형태가 활성화 되고 있는 것은 해외 인재 채용의 긍정적인 요인”이라고 했다.
장기적으론 공교육 강화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뒤를 이었다. 서정연 SW중심대학협의회 회장은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최소 8년은 컴퓨터 교육을 필수적으로 해야 한다”며 “이렇게 해야 현재의 대학교 석·박사 과정이 학부 수준으로 갈 수 있고, 산업계와 대학교의 협업이 이뤄질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고 했다. 남세동 보이저엑스 대표 역시 “인공지능 머신러닝의 기초를 초등학생부터 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성과학고등학교와 선린인터넷고, 서울대 사범대 등 공교육 현장에서 근무한 송석리 서울고 정보교사는 “고등학교 1학년때 SW에 대한 전반적인 것을 배우고 2학년때는 인공지능을, 3학년때는 모의 창업 프로그램을 해보는 형태의 교육도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선 충분한 교원 확보가 우선”이라고 했다.
이민석 이노베이션아카데미 학장은 “교육은 정치적 결정으로 시작해 돈 문제로 귀결된다”고 지적했다. 그의 지적에 전문가들은 모두 동의했다. 서 회장은 “인문계 학생들이 컴퓨터공학을 복수전공하는데 필요한 실험실습비를 대학교에서 받을 수가 없는 상황이다”며 “실험실습비를 등록금과 같은 것으로 간주하는 교육부의 현재 방침은 융합인재를 양성하는데 걸림돌”이라고 했다.
배두환 KAIST SW교육센터장은 온라인 교육도 적극적으로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오프라인으로 대학교에서 배우는 것이 과연 필수적인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온라인으로 특성에 맞는 SW 인재 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서 새로운 형태이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한다”고 했다.
김진원 기자 jin1@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