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3일 “코로나19 예방접종 후 사망자가 2명 신고됐다”며 “역학조사 및 피해조사반 회의를 열어 백신 접종과 사망 간 인과성을 검토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첫 사망자 A씨(50대)는 고양의 한 요양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던 지난 2일 오전 9시30분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았다. 접종 11시간 뒤 흉통, 메스꺼움, 호흡곤란을 호소했고 3일 오전 7시 숨졌다. 평택 요양병원에 입원했던 B씨(60대)는 지난달 27일 오후 2시30분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맞았다. 33시간 뒤 발열, 전신 근육통 증상을 보였지만 호전됐다가 다시 상태가 악화돼 3일 오전 10시 사망했다.
백신을 맞은 환자 두 명이 숨졌지만 이들의 사인은 확인되지 않았다. 백신 때문에 사망했을 가능성은 작은 것으로 의료계는 판단했다. 요양병원은 암 등 다른 기저질환을 앓거나 수술 후 안정을 취하기 위해 환자들이 주로 입원하는 시설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겨울부터 올해까지 국내에서 독감백신을 맞은 사람은 1376만 명이고 이 중 110명이 숨졌다. 사인은 모두 심·뇌혈관질환, 당뇨 등 기저질환이 악화됐거나 급성 심근경색 등이다. 독감 백신 때문에 사망한 사람이 없었다는 의미다. 정 청장은 “각국에서 접종 후 사망자가 다수 보고됐지만 화이자나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으로 인한 사망 사례는 없다”고 했다.
국내 백신 접종자 8만7428명 중 이상반응을 호소한 사람은 209명이다. 이 중 2명이 사망했고 3명은 중증 알레르기 반응인 아나필락시스 의심 증상을 호소했다. 나머지는 모두 주사 부위 통증, 두통, 발열 등 가벼운 증상이다.
코로나19 접종 초기에는 상대적으로 접종 후 사망자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코로나19 고위험군을 우선 접종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요양시설 입소자, 장기 입원환자 등으로 백신 접종이 아니라도 사망할 위험이 높은 환자다. 이날 사망자가 발생한 요양병원 두 곳도 평소 매달 5~7명 정도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정재훈 가천대 예방의학과 교수팀에 따르면 자연적으로 아나필락시스를 호소하는 환자는 매달 인구 10만 명당 4.72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백신 이상 사례로 보고된 건수가 이 범위 안이라면 백신에 문제가 있어 생겼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의미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도 “과도하게 불안감을 갖고 접종을 피하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국민들의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추가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대집 대한의사협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내일(4일)이라도 화이자 백신을 접종해 국민적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기여했으면 한다”고 했다.
이날 방역당국은 경기 동두천에 있는 한 요양병원과 맺었던 백신 접종 위탁계약을 해지했다. 이 병원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 대상이 아닌 10명에게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한 사실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병원 관리부장의 부인, 비상임 이사 등이다. 질병청은 이 병원에서 보관하고 있는 남은 백신 3병(30회 분)을 회수할 계획이다.
추가 백신 공급 계획도 공개됐다. 세계보건기구(WHO) 주도 코백스퍼실리티는 5월까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210만2400도스(105만1200명분)를 국내에 공급하기로 했다. 이미 공급된 화이자 백신 11만7000도스(5만8500명분)를 포함하면 1000만 명분 중 110만9700명분이 5월까지 국내에 들어오게 됐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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