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터진 뒤 증권가에는 펀드 시장 위기론이 파다했다. 주식 투자 붐이 일었지만 대부분 직접투자였고, 간접투자는 기피하는 경향이 생겼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로나19 사태 뒤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1월 중순(15일)까지만 해도 직전 1년간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는 무려 18조5911억원이 빠져나갔다.
증권가 전문가들은 “공모펀드로 돈이 다시 들어오기 시작한 건 코스피지수가 최근 횡보하는 것과 관련 있다”고 설명했다. 코스피지수는 코로나19 사태 뒤 지속적으로 올라 지난 1월 3200선도 넘어섰지만, 최근엔 3000선 안팎을 맴돌고 있다.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부담이 높아졌고, 물가와 금리가 급격히 상승하며 증시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김중현 신한금융투자 투자상품전략부장은 “올초만 해도 시장 상황이 워낙 좋다 보니 투자자들이 자신감을 갖고 직접투자를 했지만 최근 들어서는 적극적인 투자를 하는 데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수익률 기대치도 낮아져 시장 평균만 따라가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늘어난 게 공모펀드로 돈이 유입되는 배경”이라고 말했다.
올 들어 129개 공모주 펀드에는 총 1조4733억원이 순유입됐다. 지난달부터 이달까지 거의 매일 300억~500억원, 많게는 1000억원가량의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
KTB자산운용의 ‘KTB공모주10’ 펀드에는 연초 이후 2081억원이 순유입됐다. 코스닥벤처펀드와 공모주펀드를 주로 운용하는 에셋원자산운용의 ‘에셋원공모주코스닥벤처’, ‘에셋원코스닥벤처공모주리츠’ 펀드 등에는 올해 각각 1000억~1500억원 이상의 자금이 들어왔다. 김태우 KTB자산운용 대표는 “공모주 하이일드채권 펀드에 최근 들어 연일 50억원 이상의 자금이 들어오고 있다”며 “자산가들은 올해 예정된 기업공개(IPO) 대어들을 눈여겨보고 펀드에 우선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SK바이오팜을 비롯해 카카오게임즈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등 대형 공모주 청약이 이어져 시장에 사상 최대 자금이 몰리기도 했다. 올해도 작년 못지않은 공모주 라인업이 예정돼 있어 관심이 뜨겁다. 증권업계에서는 올해 공모주 시장 규모를 10조원 안팎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는 상반기 SK바이오사이언스와 SK아이이테크놀로지를 시작으로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지 등 카카오 계열사의 IPO가 예정돼 있다. LG에너지솔루션도 하반기께 상장을 앞두고 있다. 크래프톤,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야놀자, 쏘카, 티켓몬스터 등 유니콘기업들도 IPO를 준비 중이다.
자산운용업계 관계자는 “올해는 지수 상승률이 지난해에 비해 둔화할 가능성이 높아 중위험 중수익의 공모주 펀드가 더 주목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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