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민연금은 고성장 인터넷·소프트웨어 기술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등에 투자를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중위험 중수익 투자에 속하는 사모대출펀드(PDF) 분야로도 투자를 다각화해나가고 있다. 부동산·인프라 투자에 있어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과 같은 위기에도 방어력이 좋은 A급 오피스 빌딩, 고속도로 등 자산을 중심으로 투자를 늘렸다.
◆고성장 산업에 무게 실은 사모투자
2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공시를 종합해보면 국민연금은 작년 한 해 해외 대체투자 분야에서 15개 운용사에 새롭게 자금을 맡겼다. 사모투자 분야에 6개, 부동산에 5개, 인프라에 4개다. 작년 말 기준 국민연금의 해외 대체투자 위탁운용사는 총 160여개, 운용 규모는 65조원을 상회한다.
지난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국가 간 통행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국민연금은 해외에서만 역대 최대 규모인 23조원 가량의 신규 약정을 체결했다. 오랜 인연을 맺어온 기존 위탁 운용사와의 공동 투자, 후속 펀드 출자를 통해 불확실성이 컸던 시장에 대응했다는 것이 국민연금의 설명이다. 블랙스톤,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실버레이크 등이 조성하는 10조원 이상의 플래그쉽 펀드(대표 펀드)에 대한 출자로 비교적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마련한 셈이다.
그 간 국민연금과 인연이 없었던 신규 위탁운용사들을 통해선 위기에 맞선 탄력적 대응에 나섰다. 기업 인수합병(M&A)이나 지분 투자를 주로 하는 사모투자 분야에선 최근 인공지능(AI)등 기술 혁신과 함께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테크(기술)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했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인사이트파트너스(1분기), 식스스트리트파트너스(2분기), 토마브라보(4분기)를 사모투자 분야 신규 위탁운용사로 추가했다.
세 운용사는 모두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스타트업)을 길러내고, 상장(IPO)이나 매각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성장기업 투자 분야에서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곳들이다. 인사이트파트너스는 배달의 민족, 티몬, 패스트트랙아시아 등 국내 유니콘 기업에도 투자한 바 있다. 식스스트리트파트너스와 토마브라보 역시 오랜 기간 테크 기업을 투자해 20~30%에 달하는 연간 평균 수익률을 기록해온 운용사들이다.
이자 등을 통해 꾸준한 현금 흐름을 가져오는 PDF등 인컴형 자산 확보 노력도 눈에 띈다. 국민연금은 북미 중소·중견 기업에 대한 대출투자 전문 운용사인 안타레스캐피털과 부동산 대출을 주력으로 하는 매디슨캐피털에 돈을 맡겼다. 국민연금은 2019년 PDF를 투자 자산으로 도입한 이후 꾸준히 대출투자 비중을 늘리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국민연금이 기존의 바이아웃 펀드 중심의 사모투자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위기 방어력 높은 코어급 자산 확보에 집중
해외 부동산과 인프라 분야에서도 불확실성이 높아진 투자 환경 속에서 코어급 자산 중심으로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창출하는 자산을 확보하려는 시도가 옅보였다. 국민연금은 코로나19 대유행 여파가 본격화된 2분기에만 안젤로고든, 알리안츠, 스타라이트, 앤틴, 케펠 등 부동산·인프라 운용사 펀드에 대거 출자하며 변동성이 커진 시장에 대응했다.
유럽 내 핵심 지역에서 일시적으로 저평가된 부동산 자산에 투자하는 안젤로고든 펀드에 출자하고 알리안츠와는 2조8000억원 규모 조인트벤처 펀드를 만들어 싱가포르, 상하이, 도쿄 등 아시아 주요 도시에 있는 공실률 낮은 우량 오피스 빌딩에 투자했다. 포르투갈 고속도로(APG), 호주 기숙사 시설(스케이프 오스트레일리아)등 생활에 필수적인 인프라 시설에 대한 투자로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마련하기도 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코어 자산 중심의 투자와 함께 전 세계 핵심 입지의 랜드마크 부동산 개발, 물류센터 등 변화하는 트렌드에 맞춰 적극적으로 기회를 추구하는 자산에도 투자했다"며 "코로나19 여파로 저평가 구간에 있는 디스트레스드(distressed) 자산 발굴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올해도 대체투자, 특히 해외 대체투자에 방점을 두고 있다. 올 들어 급등락을 반복하며 횡보하고 있는 주식, 금리 인상기에 가격이 하락하는 채권이 갖고 있는 리스크를 두 자산과 상관관계가 낮은 대체투자로 분산시키려는 필요가 더욱 높아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국민연금은 유력 투자 기관과의 전략적 동맹을 통해 안정적으로 투자 건을 발굴하고 수익 구조를 다변화할 수 있는 자산군을 편입해 대체투자를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지난 해 새롭게 위탁 운용사군에 포함된 알리안츠, APG와는 단순한 투자 관계를 넘어 투자건 공동 발굴을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최근엔 멀티애셋 자산에 투자하기 위해 준비 작업에 착수했다. 지난 2월엔 국민연금 역사상 처음으로 산림지에 투자하기도 했다.
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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