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역에서 아파트 거래량이 줄고 집값 상승세가 주춤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2~3년새 아파트 값이 50% 이상 급등하면서 실수요자들 사이에서 “너무 많이 올랐다”는 인식에서다. 정부가 서울에 32만 가구 공급 확대안을 발표한 데다가 대출 금리까지 오르는 등의 움직임도 관망세로 돌아서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시장을 주도했던 패닉바잉(공황매수)이 한풀 꺾였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거래량이 줄어든 데에는 매수 수요가 감소한 여파로 풀이된다. 주택 매수심리는 2·4 부동산대책 발표 직전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지만 최근 들어 진정되는 분위기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서 지난주(2월22일 기준) 서울의 아파트 매매수급 지수는 109.8로, 전주(110.6)보다 0.8포인트 내려갔다. 이 지수는 작년 11월 마지막 주 100.2로 100을 넘긴 뒤 이달 둘째 주까지 한주도 쉬지 않고 10주 연속 올랐지만 지난달 말부터는 하락이 이어지는 분위기다.
아파트값도 상승폭이 소폭이지만 둔화하는 중이다. 2·4 대책 발표 직전이던 2월 1일 기준 서울 아파트값 주간 상승률은 0.1%였지만 22일 기준 상승률은 0.08%다.
현장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일정 호가 이하로 팔지 않겠다는 집주인과 집값이 하락하면 매수에 나서겠다는 매수 대기자들의 눈치 보기가 치열하다고 전했다. 옥수동 T중개업소 대표는 “집주인들은 여전히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기대하며 기존 실거래가보다 높은 최고가를 호가로 던지는 경우가 많지만 매수자들 사이에선 ‘너무 비싸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며 “너무 많이 올랐으니 당분간 관망하자는 심리가 강하다”고 했다.
이 같은 시장 상황 변화를 두고 정부는 “2·4 대책의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은 26일 열린 정책 간담회에서 “아직 대책의 효과를 평가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지만 여러 지표에서 그간 과열 양상을 보였던 매수세가 전반적으로 관망세로 전환되고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분위기를 두고 2·4 대책의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말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짚었다. 특히 정부가 '공급 쇼크'까지 거론하며 시장의 반응을 기대했던 것을 생각하면 지표 변화가 아직은 미미한 수준의 변화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최근 집값 급등에 따른 피로감이나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및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오름세로 돌아선 점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장은 "(거래 감소는)2·4 대책의 효과가 아니라 대출 규제가 여전한 데다가 그동안 집값이 너무 올라서 저항선이 생긴 것"이라며 “아직 공급이 충분치 않아 봄 이사철이 되면 주택 매수 수요가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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