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사건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로 이첩했다. 김진욱 공수처장이 해당 사건을 공수처로 넘겨야 한다는 뜻을 밝힌 지 하루 만이다. 이에 따라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이규원 검사에 대한 수사가 '공수처 1호 사건'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수원지방검찰청 형사3부(부장검사 이정섭)는 3일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불법 출금 의혹과 관련된 사건 가운데 검사에 대한 사건을 공수처법에 따라 공수처에 이첩했다고 밝혔다. 공수처법 제25조 제2항에 따르면 수사기관이 검사의 고위공직자 범죄 혐의를 발견한 경우 해당 수사기관의 장은 사건을 공수처에 이첩하도록 돼 있다.
이 지검장은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있던 2019년 당시 김 전 차관에 대한 '출금 서류 위조' 사건을 수사하려던 수원지검 안양지청에 외압을 행사해 수사를 중단시켰다는 직권남용 혐의를 받고 있다. 같은 해 3월 김 전 차관이 출국하려고 하자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 소속 이 검사가 이를 막기 위해 출금 서류 등을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수원지검은 이 지검장을 조사하기 위해 지난달 25일까지 세 차례 소환조사를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달 18일엔 이 지검장을 참고인 신분에서 피의자로 전환했다. 그러나 이 지검장은 소환 조사에 한 차례도 응하지 않았다. 대신 수원지검에 "이 사건은 공수처로 이첩돼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진술서를 제출했다.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 사건이 공수처 1호 사건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김 처장은 이날 "미리 말할 수는 없지만 (김학의 사건을) 묵히지는 않을 것"이라며 "(사건) 기록을 보고 내용을 파악한 뒤 현 시점에서 실행할 수 있는 가장 적절한 방안을 찾겠다"고 밝혔다. 김 처장이 직접 해당 사건을 수사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 처장은 "처·차장이 법조인이고, 파견 수사관도 10명이 있기 때문에 공수처가 수사 능력이 아주 없는 상황도 아니다"며 직접 수사 가능성을 열어뒀다.
한편 이 지검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법리적으로 검찰로 재이첩은 불가하다"는 주장을 내놨다. 공수처의 수사력 부족에 사건이 검찰로 '재이첩' 될 수 있다는 일각의 추측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그는 "공수처법 25조 2항은 강행규정이자 의무규정이므로 공수처의 재량에 의해 이첩받은 사건을 검찰로 재이첩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입법취지에도 부합하다"고 했다. 공수처법 24조 3항에서 공수처가 다른 수사기관에 사건을 이첩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검사’에 한정한 특별 규정이 따로 있으므로 자신이 연루된 사건은 이첩을 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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