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수천만원 체불' 분신 사망한 3남매 가장…수사 착수

입력 2021-03-03 14:59   수정 2021-03-03 15:01


수천만원에 달하는 밀린 공사대금을 받지 못한 50대 가장이 분신해 숨진 사건과 관련, 경찰이 본격 수사에 나섰다.

3일 전북경찰청에 따르면 이번 사건을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에 배당하고 관련 자료를 검토하는 등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사건은 A(51)씨가 지난 1월28일 오전 9시께 전주시 덕진구의 한 폐기물처리업체 컨테이너 사무실에서 자신의 몸에 인화물질을 끼얹고 불을 지르면서 알려졌다.

그는 분신을 시도하기 전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이미 유서도 다 써놨고 더는 살 수가 없다"며 "이렇게라도 해야 세상이 억울함을 알아줄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인은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고 현장에 출동한 경찰과 119 구급대가 A씨를 인근 병원으로 옮겼다.

당시 A씨는 몸에 큰 화상을 입고 유독가스를 들이마셔 매우 위독한 상황이었다. A씨는 집중치료를 받았으나 치료 나흘 만에 끝내 사망했다.

그는 2019년부터 최근까지 전주의 한 빌라 공사에 참여했다가 건설업체로부터 폐기물 수거 대금 6000여만원을 받지 못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A씨는 미성년 세 자녀를 둔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더했다.

함께 공사에 참여한 지역 중소업체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해당 건설업체를 상대로 소송 등 법적 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이들 업체도 A씨와 마찬가지로 수천만~수억원의 공사대금을 받지 못했으며 전체 피해 규모는 3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관계자는 "사안이 복잡하고 피해 규모도 커 전북청에서 직접 수사하기로 했다"며 "수사 과정에서 위법 사실이 드러나면 법에 따라 엄중히 사건을 처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사건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건설업자의 공사비 미지급으로 인한 세 남매 아버지의 분신자살에 대한 억울함 호소'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청원인은 "시공사는 '준공검사가 나면 최우선으로 밀린 공사대금을 주겠다'고 했지만 공사를 마치고 일 년 넘게 한 푼도 주지 않고 있다"며 "여러 차례 독촉도 해보고 절실한 마음으로 사정도 해봤지만 시공·시행사 대표는 '배 째라'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한 가정의 가장이자, 세 남매의 아버지인 폐기물 처리업자가 사무실에서 경제적 어려움에 지친 나머지 분신으로 생을 마감했다"며 "할 수만 있다면 이런 고차원의 사기꾼들이 없는 깨끗한 나라에서 살고 싶다"고 호소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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