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업계 1위 종합여행사 하나투어가 다음달부터 특별 안식년 시행에 들어간다. 1년째 이어지는 유·무급휴직, 지난 1월 희망퇴직 시행에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 위기상황을 견디기 위한 특단의 조치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하지만 노조 등 직원들은 "강제 퇴직 등 구조조정으로 가기 위한 수순"이라며 고용보장을 요구하는 단체행동에 나서겠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2일 하나투어는 사내 통신망을 통해 전 임직원 대상 '특별 안식년' 시행을 공지했다. 오는 9일까지 신청을 받아 다음달 1일부터 바로 시행에 들어가는 일정이다. 안식년 기간은 9개월부터 12개월까지 신청자가 선택할 수 있다. 안식년 기간 중 회사 측은 해당 직원에 대해 4대 보험은 물론 단 한 푼도 지원하지 않는 조건이다.
지난해 3월 유급휴직에 들어간 하나투어는 6월부터 무급휴직에 들어갔다. 지난해 11월까지는 그나마 정부 보조를 통해 100만원 안팎의 급여가 지급됐다. 하지만 정부 보조금이 끊긴 지난해 12월부터는 아예 급여가 한 푼도 나가지 않는 무급휴직 상태다.
지난 1월 시행에 들어간 희망퇴직은 현재까지 정확한 신청 규모가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지난달 결성된 노조 등 내부 직원들을 통해 800명~1000명이 퇴직 대상이라는 추측만 무성한 상황이다.
하나투어는 특별 안식년 시행은 "어떻게든 회사 비용부담을 줄이면서 고용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3월 말로 끝나는 무급휴직 연장여부도 안식년 신청 규모를 보고 판단한다는 계획이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급여가 나가지 않는 무급휴직 기간 중에도 회사가 부담해야 하는 4대 보험비만 15억원 안팎"이라며 "안식년 시행은 수입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줄일 수 있을 만큼 최대한 허리띠를 졸라매기 위한 조치"라고 말했다.
회사 측의 안식년 시행이 고용보장을 전제로 한 것이라는 해명에도 직원들은 "다음 수순은 강제 구조조정이 될 것"이라며 경영진에 대해 강한 불신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달 초 일부 직원들이 결성한 노조를 중심으로 단체행동도 불사한다는 입장이다.
직원들은 "지난해 54개에 이르는 자회사와 국내외 지사와 면세점 사업을 정리하면서 2000억원이 넘는 유동자금을 확보한 경영진이 직원들에게는 최소한의 성의도 보이지 않고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업계에선 희망퇴직에 이은 안식년 시행으로 구조조정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노사 간 갈등이 하나투어의 새로운 리스크로 떠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나온다. 하나투어 노조는 지난달 초 한국노총 산하로 설립됐다.
새 노조는 지난달 말 경영진에 교섭을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은 고용노동부 유권해석에 따라 새 노조와 교섭에 나설지 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지금까지 하나투어 경영진은 무급휴직, 희망퇴직 등을 노사 협의체인 하나투어발전협의회와 협의해왔다.
이선우 기자 seonwoo.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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