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온라인 패션 플랫폼 무신사가 일부 브랜드에 특정 경쟁사에 입점할 경우 거래를 중지하겠다 통보해 논란에 섰다.
3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무신사 측은 지난 2월말 일부 입점 브랜드들에 "브랜디, 에이블리, 브리치등 도매상품 취급 플랫폼에 입점·판매하는 브랜드들은 무신사 브랜딩에 손실을 입히는 것이라 판단돼 거래를 중지할 예정이다"라는 내용을 공지했다.
무신사 측의 공지를 전달받은 브랜드들은 대응 방안을 두고 고심 중이다. 스트릿 패션 브랜드사, 글로벌 남성 패션 브랜드사 등 복수의 브랜드는 기존 입점한 플랫폼들에 해당 사유로 계약을 해지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공문을 통해 거론된 업체는 브랜디 등 3곳이지만 이외 ‘도매상품 취급 플랫폼’으로 대상을 열어뒀다보니 대다수 온라인 의류플랫폼에도 입점사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패션플랫폼 업계에선 "무신사가 경쟁 플랫폼의 매출 상위 브랜드들만 골라서 자사 플랫폼에 독점적으로 공급하도록 유도한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무신사 외 패션플랫폼 업체들을 통해 점차 인지도를 넓혀가는 브랜드들이 대상이 된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무신사는 이같은 논란에 대해 "무신사에 입점한 브랜드 가치 보호를 위해 비브랜드 상품을 주로 다루는 플랫폼 입점 여부를 (자사의) 브랜드와 비브랜드를 구분하는 기준 중 하나로 적용할 예정"이라며 "경쟁사 입점을 제재하는 것이 아닌, 무신사에 입점한 브랜드의 권리와 가치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이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업계에선 의류 플랫폼 내 무신사의 영향력을 고려할 때 이번 조치로 중소 패션 플랫폼들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무신사는 지난해 연간 거래액만 약 1조4000억원에 달하는 국내 1위 패션플랫폼이다. 2018년 4500억원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3년여만에 3배 가까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월 활성이용자(MAU)만해도 345만명(지난해 10월 기준)에 육박한다. 이를 기반으로 세콰이어캐피탈 등 글로벌 VC들로부터 투자유치를 받아 2000억원에 달하는 현금을 수혈하면서 실탄도 갖췄다. 의류 브랜드업체에겐 네이버·카카오 못지 않은 영향력을 보인 ‘플랫폼 공룡’으로 성장한 셈이다.
무신사의 타깃이 된 에이블리, 브랜디 등 패션플랫폼들이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KDB넥스트라운드, LB인베스트먼트 벤처캐피탈(VC)등의 초기 투자를 받아 시장에 정착한 업체들인만큼 해당 논쟁은 투자업계로도 번지고 있다. 초창기엔 각 패션플랫폼들의 특화 분야가 서로 달랐지만 회사가 성장하면서 '종합 패션 서비스'로 외연이 넓혀지고 서로 시장이 충돌하는 현상이 시작됐다는 평가다.
진입장벽이 높지 않은 의류 플랫폼 특성상 ‘브랜드 독점력’이 곧 경쟁력이란 점에서 유사한 사례가 반복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플랫폼의 기업가치 책정은 수익성 보다는 방문소비자와 거래액을 기반으로 이뤄진다. 무신사 주주들은 기업공개(IPO)·매각 등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려면 해당 지표들의 성장세를 꾸준히 증명해야 한다. 무신사는 2023년 이전에 IPO를 목표로 하고 있다.
추후 공정거래위원회 등 규제당국이 해당 사안을 들여다볼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정거래법 3조(시장지배적남용금지), 23조 불공정행위(구속조건부 거래) 등 위반 여부도 추후 문제 소지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공정거래 전문 변호사는 "무신사가 포함된 시장을 의류 플랫폼으로 볼 지 전체 이커머스로 볼 지 등에 따라 '시장지배적 지위' 여부가 갈릴 수 있다"라며 "무신사가 '자사 브랜드 강화' 목적을 내 건 점도 자사의 경영상 선택일 뿐 상대방(입점플랫폼)의 거래 자유를 제한하지 않았다는 명분으로 활용할 목적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공정위도 ‘온라인 플랫폼 중개 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발표해 온라인 매출 100억원 이상 또는 거래액 1000억원 이상인 기업에 대해 별도로 규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해당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무신사도 제재 대상에 포함된다. 공정위는 상반기까지 플랫폼 분야 시장 획정, 플랫폼 사업자 독점력 남용행위 판단 기준 등을 구체화한 심사지침도 올해 상반기 내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다수의 커머스 스타트업에 투자한 한 대형 VC 대표는 "커머스라는 영역 자체가 진입장벽이 높지 않다보니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현상이지만 결코 바람직하게만 보긴 힘들어 보인다"며 "구글이 초창기 '악해지지 말자'는 모토를 내세웠지만 끊임없이 불공정 경쟁 논란이 이는 것과도 같은 맥락"이라고 말했다.
차준호 /황정환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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