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리드카 대신 전기·수소차 가속 페달…"관건은 충전 인프라"

입력 2021-03-04 17:16   수정 2021-03-05 00:47


경유차 소유주인 직장인 심모씨는 조만간 자가용을 친환경차로 바꿀 계획이다. ‘클린디젤’ 열풍 속 2014년 경유차를 구입했지만 이듬해 폭스바겐의 ‘디젤게이트’ 이후 경유차가 천덕꾸러기로 전락해서다. 심씨는 “온실가스 감축 등을 위해 경유세가 인상될지도 모른다는 소식이 들릴 때마다 중고차 가격마저 제대로 못 받을까봐 걱정”이라며 “통행료 감면 등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하이브리드카(HEV)를 사려고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2023년부터 하이브리드카를 친환경차에서 제외하면 상황이 크게 바뀔 가능성이 높다. 하이브리드카에 주어지는 혜택이 점차 줄어들기 때문이다. 업계에선 정책 변경으로 하이브리드카 대신 전기차와 수소차를 택하는 소비자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이브리드카 혜택 점차 줄어

현재 하이브리드카는 전기차, 수소차와 마찬가지로 △공영·공항주차장 이용료 50~60% 할인 △서울 남산터널 등 혼잡통행료 면제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취득세와 개별소비세 감면 혜택도 있다.

정부는 하이브리드카에 대한 지원을 지속적으로 줄이고 있다. 하이브리드카는 휘발유차, 경유차 같은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수소차로 가기 위한 과도기 단계의 차로 보고 있어서다. 정부는 2019년부터 하이브리드카에 대해 구매보조금을 없앴다.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PHEV) 구매보조금은 올해부터 없어졌다. 2017년부터 전기차와 수소차에 고속도로 통행료를 50% 감면해주면서 하이브리드카와 PHEV는 대상에서 제외했다.

추후 하이브리드카에 대한 세제 혜택이 사라질 가능성도 있다. 현행 세법은 친환경자동차법상 ‘환경친화적 자동차’에 대해 차종에 따라 개별소비세를 100만~400만원 한도로, 취득세를 40만~140만원 한도로 감면해준다. 친환경자동차법은 ‘환경친화적 자동차’를 △전기차, 수소차, 태양광차, 하이브리드카, PHEV 또는 △대기환경보전법상 저공해차 기준 등의 요건을 갖춘 차 중 산업통상자원부령으로 정하는 환경기준에 부합하는 자동차로 정의한다. 저공해차 기준이 달라지면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범주도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친환경자동차법 소관부처인 산업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기준을 바꾸는 것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전기차 수소차 중심으로 재편 가속
지금까지 친환경차의 대부분은 하이브리드카였다. 지난해 국내 전기·수소차, 하이브리드카, PHEV 판매량은 총 22만7389대다. 이 중 하이브리드카 판매량이 71%(16만1450대)를 차지했다.

소비자들이 하이브리드카를 선호하는 것은 아직까지는 전기차와 수소차의 주행거리가 짧고 충전 인프라가 부족해서다. 지난해 말 기준 전기차 급속 충전기는 9805기에 그치고 있다. 환경부는 이를 2030년까지 2만 기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과 교수는 “하이브리드카는 이제까지 각종 친환경차 혜택에 가격, 주행거리, 충전 인프라와 같은 전기차의 약점이 없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았다”며 “전기차와 수소차 충전소가 주유소처럼 도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면 전기차와 수소차 구매로 급속히 바뀔 것”이라고 말했다.

저공해차 범위가 좁아지면 업계 입장에서는 2023년부터 강화되는 저공해차 보급목표제 의무비율을 달성하기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2023년부터 자동차 회사가 저공해차를 판매량의 일정 비율 이상 판매하지 못하면 기여금(사실상 벌금)을 부과할 계획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중국, 미국(캘리포니아주 등 10개 주), 캐나다 퀘벡 등이 시행 중인 유사 제도에서도 현재 전기차, 수소차, PHEV까지를 저공해차 판매량으로 인정한다.

업계 관계자는 “아무래도 차종 선택지가 다양할수록 보급목표제 의무비율을 채우기 수월한 게 사실”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 전기·수소차 중심으로 판매를 확대해야 한다면 결국 관건은 충전 인프라 구축”이라고 말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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