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최서원 "은닉재산? 찾으면 교도소 기부" 첫 옥중 인터뷰

입력 2021-03-05 12:41   수정 2021-03-06 06:47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으로 징역 18년을 선고받아 청주여자교도소에서 복역 중인 최서원(65·개명 전 최순실)씨가 여권 일부에서 계속 제기하는 은닉재산 의혹에 대해 "허무맹랑한 소설"이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교도소 생활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며 "은닉재산이 어디에 있는지 밝혀주면 열악한 구치소와 교도소에 기부하고 싶다"고도 했다.

최 씨는 <한경닷컴>과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히며 "(이번 인터뷰로)그동안 일부의 잘못된 인식으로 시작된 국정농단의 실체가 드러나길 바란다"고 했다.

최 씨는 수감 후 옥중 회고록과 서신 등을 통해 본인의 입장을 일부 밝힌 적은 있지만 언론과 질의응답 형식의 인터뷰를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인터뷰는 서면 질의에 최 씨가 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최 씨는 자필로 빼곡히 쓴 15매 분량의 답장을 보내왔다. 은닉재산 논란에 대한 자신의 입장 외에도 교도소 생활에 대한 고충, 딸(정유라)이 사회적 지탄을 받는데 대한 안타까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재판 결과에 대해서는 반성이나 수긍하는 대신 억울하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최 씨는 본인에게 적용된 수많은 혐의 중 인정하는 대목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전 남편 정윤회 씨 등과 관련한 민감한 내용에 대해서도 "향후 입장을 밝히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은닉재산 없다" 주장..."뱀 악어 넣으라니" 안민석 비판
최 씨는 인터뷰를 통해 여권 일각에서 계속 제기되고 있는 은닉재산 의혹을 강한 어조로 부인했다. 최 씨는 '박정희 전 대통령 재산이 자신과 딸에게 승계되었다'는 주장은 허무맹랑한 소설이라며 "재산이라곤 유치원을 하던 미승빌딩을 팔아 추징당하고 양도소득세를 내고 남은 돈으로 산 집(정유라 거주 중)이 전부"라고 주장했다.

최 씨는 "(은닉재산이라는)그 돈이 어디에 있는지 밝혀주기 바란다. 그 돈을 찾으면 이 열악하고 어려운 구치소와 교도소에 기부하고 싶다"고 했다.

최 씨는 특히 작심한 듯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겨냥해 의원이라는 호칭도 뺀 채 비판을 이어갔다.

최 씨는 "안민석은 자기 정치의 흥행을 위해서 유독 저희 딸만 괴롭혀 그 아이의 삶을 망가뜨렸다"며 "안민석은 제 방에 뱀, 악어를 넣으라는 게 국민 정서라고 했는데 사회주의에서나 할 수 있는 만행적 독설로 우리 가족을 힘들게 한 것에 대해 사죄하시길 바란다"고 했다.

앞서 최 씨는 2019년 자신의 은닉재산이 수조원이라고 언급한 안 의원을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지난달 고소인 자격으로 조사도 받았다. 그러자 안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재산을 은닉하거나 페이퍼컴퍼니를 만든 적이 없다는 최 씨의 주장은 모두 거짓"이라고 반박했다.
"교도소에서 역차별 받는다" 불만도
최 씨는 최근 근황에 대해 "2020년 10월 28일 새벽에 동부구치소에서 어깨 관절 부위의 회전근개 근육이 파열돼 3번 수술 후 팔 부목을 하고 청주여자교도소로 이송하여 한동안 통증으로 고생을 했다"며 "여기로 온 이후 코로나로 인해 접견이 2주에 한 번만 이루어져서 그리운 딸과 손자도 한참 동안 못 봤다"고 했다.

최 씨는 "이 먼길을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어린 딸의 모습이 안쓰럽고 가슴이 아파 보고도 안 본 것만 못한 가슴 저린 날들"이라며 "절대 운동시간의 부족으로 많은 사람들이 근육 감소로 고생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또 "아침에 기도로 하루를 시작한다"며 "기도 후 영문으로 된 성경책으로 영어 성경공부를 하고 오후에는 지난날을 정리하고 딸에게 남길 메시지를 정리한다"고 했다.

최 씨는 교도소 생활에 대한 불만도 제기했다. 최 씨는 "영양 부족으로 손과 손톱이 다 갈라졌다. 아무리 바세린 같은 걸 발라도 소용이 없다"며 "특히 겨울에 빨래를 (직접 손으로)하는 것이 제일 힘들다. 4명과 같이 방을 쓰는데 저는 주로 화장실 청소를 한다. 화장실 청소를 하고 나면 아픈 허리가 잘 안 펴져서 이리저리 파스 붙이고 다친 팔 통증 연고를 바르는 게 일상"이라고 했다.

최 씨는 "사람들이 제가 교도소에서 특혜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저는 특혜는커녕 오히려 역차별을 받는 편"이라며 "청주여자교도소는 장기복역자와 살인 등의 인사 사고를 저지른 사람이 많이 있어 다른 곳보다 사람들이 강하고 자기 성격들이 두드러져 힘이 든다"고 말했다.
판결 내용엔 여전히 "수긍 못해"

재판 결과에 대해서는 여전히 억울함을 호소했다.

최 씨는 "저는 (K스포츠·미르)재단이나 정부 정책에 관여해 돈을 한푼도 만져본 적도, 받은 적도 없다. 그것은 재판에서도 밝혀진 사항이다. (재판부는)묵시적 청탁이라고 했는데 이 재판은 심령술 재판이 아닌가 싶다"고 주장했다.

재단을 사유화하려 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그 재단에 제가 평소 오래 알고 있었던 분은 없었다. 차은택 씨가 추천한 사람이 많았다. 오히려 노무현 재단이나 DJ기념관 등 기타 재단들은 다 가까운 사람들이 (요직을)맡고 있지 않느냐"고 따졌다.

자신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경제공동체라는 판결 내용에 대해서도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어떻게 박 전 대통령 돈이 제 것이 되고, 제 돈이 박 전 대통령 돈이 되나? 요즘 부부도 서로 자기 돈을 관리하는데 사회주의적 이념에서 나온 발상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최 씨는 "국정농단은 그야말로 기획 조작된 프레임에 불과하다"며 "재단을 공익적인 목적으로 만들었다는 입장은 지금도 변함이 없다. 재단이 유지됐다면 많은 어려움 속에 있는 문화?예술?체육인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저는 개인적으로 친분이 없는 몇 사람을 인사 추천한 게 전부"라며 "비선실세는 국민들을 선동하기 위해 만든 말"이라고 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인사부터 정책까지 최서원 씨가 주도하고 박 전 대통령은 꼭두각시에 불과했었던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박 전 대통령은 자기 신념과 정책이 확실하게 서 있는 분인 반면 저는 정치를 공부한 적도 없는 일개 시민"이라며 "제가 박 대통령을 꼭두각시로 만들 의향이 있었다면 (정식으로)청와대 직을 요구해 현 정부의 가신들처럼 검찰총장을 내리꽂고, 헌법의 가치를 무시하고 법치주의를 파괴하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우겨댔을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박근혜 사면? 가능하겠나"
가석방이나 사면에 대한 기대는 없느냐는 질문에는 "박 전 대통령의 사면이 이 정권에서 이뤄지겠느냐"며 "아마도 (여권이)자기 세력을 잃을까봐 두려워 안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씨는 현 정부에 대한 강한 비판도 쏟아냈다. 그는 "역대 대통령들의 수감기간은 2년을 넘지 않았다. 그 이유는 통합정치와 그분들을 지지한 국민들에 대한 예우라고 생각한다. 분명 공과가 있지 않느냐"며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은 한국 최초 여성 대통령, 그것도 부모를 총탄에 잃어버린 가슴 아픈 사연이 있는 분을 4년이란 긴 세월 동안 가둬놨다. 자기들의 지지세력만 보고 가는 일방통행 정권이다. 결단을 내릴 수도 없는 겁쟁이 정권"이라고 했다.

최 씨는 "박 전 대통령께서 감옥에서 돌아가시는 경우 그 책임은 그들에게 있을 것"이라며 "박 전 대통령은 사면이 아니라 국민과 진실의 힘으로 석방되실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딸은 말 타다가 뼈 으스러졌는데..."
최 씨는 교도소 안에서도 주요 이슈를 챙기고 있는 듯했다. 입시부정에 연루된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이 한국전력공사 산하 한일병원 인턴으로 합격한 것과 관련해서는 "얼굴이 두꺼운 건지 국민을 우습게 보는 건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최 씨는 "우리 딸은 초등학교 때부터 국가대표 선수가 되려고 새벽부터 저녁까지 온통 넘어져 가면서 말을 탔다. 말에서 떨어져서 뼈가 으스러질 정도로 다쳐도 또 연습에 연습을 해서 국가대표 선수가 되고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다"며 "(조국 딸)조민이는 아무런 노력도 없이 '부모찬스'로 의사면허증을 받았다. 어찌 그런 사람이 대한민국에서 의사면허를 따고 취업을 할 수가 있나"라고 했다.

최 씨는 "그런 아이(정유라)를 안민석(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가대표도 허위로 딴 것이라며 공격했다"며 "그런데 조민이에게는 이 사회가 왜 이렇게 관대한지 물어보고 싶다"고 했다.

최 씨는 "우리 딸은 덴마크 감옥에 가둬서 어린 손자가 먼 이국땅에서 홀로 떠돌게 만들었다. 그것도 모자라 어린 손자가 보는 앞에서 수갑을 채워 국내로 이송한 것은 인권유린"이라고 주장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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