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없이 어리석어 서로 상처 주고 상처 받는 인간을 위해 신이 내려 준 선물이 바로 개다.”
지난해 일본 나오키상을 받은 소설가 하세 세이슈(馳星周)의 말이다. 그는 죽음을 앞둔 반려견을 위해 도쿄 생활을 청산하고 시골로 이사할 만큼 개를 아끼고 사랑하는 작가다. 지금도 개 두 마리와 함께 살고 있다.
그는 “지난 25년간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는 개가 자신의 가족이자 친구, 스승이라는 걸 깨달았다”며 “오만해지는 자신을 겸허하게 만들어준 것도 개였다”고 말한다.
1965년 일본 북부 홋카이도에서 태어난 그는 요코하마시립대 재학 시절 신주쿠에서 바텐더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작가들과 교류했다. 31세 때 신주쿠 뒷골목의 비정한 인간군상을 다룬 『불야성』으로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 신인상과 일본모험소설협회대상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불야성의 후속인 『진혼가』로 일본추리작가협회상, 『표류가』로 오야부 하루히코상을 수상했다.
그의 본명은 반도 토시히토. 필명인 하세 세이슈(馳星周)는 좋아하는 홍콩 영화스타 주성치(周星馳·저우싱츠)의 이름을 거꾸로 읽은 것이다. 주성치 영화처럼 하드보일드 누아르 장르를 주로 쓰던 그는 40대 중반부터 개와 사람에 관해 글을 쓰기 시작했고, 마침내 『소년과 개』로 나오키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다몬의 여정은 대지진 참사의 현장인 센다이 이와테에서 출발해 후쿠시마와 나가노, 도야마, 교토, 시마네를 거쳐 구마모토까지 이른다. 일본열도의 북동쪽에서 시작해 남동쪽까지 이어지는 5년간의 여정 중간중간에 다몬이 만난 ‘임시 주인’들은 대부분 결핍과 상실의 아픔을 안고 사는 사람이다.
치매로 고생하는 어머니와 간병에 지친 누나를 위해 큰돈을 벌고자 절도범들의 차량 운전을 맡은 가즈마사, 어릴 때부터 도둑질밖에 배운 게 없지만 행복한 미래를 꿈꾸는 미겔, 이기적인 남편에게 상처 받고 절망하며 늙어가는 사에, 자신을 매춘부로 전락시키고도 돈을 뜯어내는 남자 친구 때문에 괴로워하는 리와, 아내를 췌장암으로 잃고 본인도 암으로 죽어가며 지난 생을 후회하는 늙은 사냥꾼 야이치….
다몬이 마지막으로 닿은 곳은 구마모토에 있는 소년 히카루의 집이다. 히카루 가족은 5년 전 동일본 대지진 피해를 입고 이곳으로 이사했다. 히카루는 대참사의 트라우마로 대인기피증과 실어증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다 어릴 때의 ‘절친’ 다몬과 재회한 뒤 마음의 문을 열고 잃어버린 말과 웃음도 되찾게 된다.
다몬은 셰퍼드의 피가 섞인 잡종으로 깊은 담흑색 눈을 가지고 있다. 나이는 여섯 살. 작가는 이 사려 깊은 개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면서도 여느 작품처럼 의인화하지 않고 말없는 교감으로 소설의 리얼리티와 감동을 증폭시켰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작가는 한국어판 서문에 이렇게 썼다. “개는 우리에게 늘 가르쳐 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랑이며, 인간적인 계산이 없는 무조건적인 사랑이야말로 모든 것을 이길 수 있다고. 영혼과 영혼의 소통이야말로 인류라는 어리석은 종을 구원해 줄 것이라고.”
그는 “코로나 때문에 이동이 제한되고 경제 활동이 멈춰져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 작품이 고통 받는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며 “다몬과 같은 개와 함께라면 힘든 바이러스도 너끈히 이겨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참고로 미국 애견카페가 분석한 ‘개와 함께 자면 좋은 이유 7가지’를 팁으로 곁들인다.
1-뛰어난 보디가드로 우리를 안심시켜 준다. 2-자는 동안 안락함을 준다. 3-끈끈한 유대감으로 우울증 치료에 도움을 준다. 4-친근감 덕분에 근심과 스트레스가 줄어든다. 5-체온으로 따뜻한 온기를 제공한다. 6-평온감으로 불면증 해소에 도움을 준다. 7-주인과 함께 있다는 행복감이 개의 정신건강까지 좋게 한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