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서울시장 후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공급 확대로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공공분양 30만 가구 공급을 공약으로 내놨다. 그러면서 토지임대부 방식으로 3.3㎡당 1000만원 수준의 ‘반값 아파트’ 공급을 약속했다. 토지임대부는 토지(대지권)는 공공이 소유하고, 지상권만 입주자에게 분양하는 방식이다. 박 후보는 “30년 이상 된 공공임대주택 단지 등 서울에는 숨겨진 땅이 많이 남아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 시내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송파구(67만 명)의 경우 가구 수가 28만 가구로, 박 후보가 공약한 30만 가구를 밑돈다. 박 후보와 단일화에 나선 조정훈 시대전환 서울시장 후보는 토론에서 “서울에 그런 대규모 아파트를 공급할 땅은 눈을 씻고 봐도 찾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는 5년간 36만 가구 공급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공급량에서는 박 후보와 비슷하다. 하지만 공급량의 절반인 18만5000가구를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통해 민간 주도로 공급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를 위해 층수 규제 완화 등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층수 규제 등은 서울시장 권한으로 풀더라도 재건축 초과이익환수금, 분양가 상한제 등 중앙정부 규제가 지속되는 한 민간 주도의 재건축·재개발 활성화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박·오 후보의 두 배가 넘는 74만 가구의 주택 공급을 약속했다. 여기에는 청년임대주택 10만 가구 공급이 포함됐다. 철도 등을 지하화해 상부 공간에 주상복합 형태의 주택 5만 가구와 서울시 소유 유휴공간과 노후 공공청사 부지, 주차장, 공공임대주택 재건축 등을 통한 5만 가구 등이다. 안 후보는 재원 조달 마련 방안에 대해 “상부 부지를 제대로 분양하고 적극 활용하면 자체 재원 조달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박근혜 정부에서 서울 목동, 송파구 등에 공공주택인 ‘행복주택’ 건립을 추진했지만 지역 주민의 반발이 커 무산됐다”며 “공공주택 공급은 공약 설계는 쉬워도 실현 여부는 장담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또 “민간의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역시 초과이익환수금, 대출 등에서 중앙정부의 규제 변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며 “정부의 정책 기조가 바뀌지 않는 한 쉽지 않은 과제”라고 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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