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은 미시간주에서도 2012년부터 5GWh 규모의 배터리 공장을 가동해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에 공급하고 있다. 계획대로 공장이 모두 완공되면 미국 내 LG의 배터리 생산능력은 65GWh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전기차 약 97만 대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있는 규모다.
이번 투자로 급성장이 예상되는 미 전기차 시장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겠다는 게 LG 측 전략이다. 세계 시장 1위를 놓고 다투는 최대 경쟁자인 CATL은 미국에 사무소만 개설한 뒤 투자계획도 세우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으로 진출길이 사실상 원천봉쇄됐기 때문이다. CATL이 최근 발표한 대규모 투자계획에서도 미국은 빠졌다.
일본 회사였다가 중국에 팔린 AESC가 현지에 공장을 두고 있지만 닛산에 소규모 물량(3GWh)을 납품하는 수준이다. 여기에 파나소닉은 테슬라에만 배터리를 납품하고 있어 미국 완성차 업체들은 LG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이 조지아주에 20GWh 규모의 배터리 1·2 공장을 짓고 있지만 LG와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소송에서 패소하면서 ‘제동’이 걸렸다. 바이든 대통령이 LG의 손을 들어준 국제무역위원회(ITC) 판결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SK는 향후 10년간 미국에서 배터리 생산을 할 수 없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완성차 업체들이 자체 배터리 생산을 서두른다 해도 최소 5~7년이 걸릴 것”이라며 “향후 GM 외에 포드, 크라이슬러 등에서 LG와 합작공장 설립 문의가 잇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배터리를 반도체, 희토류, 의약품과 함께 4대 핵심 품목으로 지목해 공급망을 100일 동안 재검토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린 것도 이 같은 쇼티지 상황을 염두에 둔 조치로 분석된다.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지명자도 “핵심 품목의 강력한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신뢰할 수 있는 국가·파트너들과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을 배제하고 한국, 일본, 대만 등 우호국 기업들과 함께하겠다는 뜻을 명백히 한 것이다.
LG로선 유럽과 미국 시장을 선점해 세계 1위 업체의 입지를 확고히 다질 여건이 형성되고 있는 셈이다. CATL이 중국 정부의 보조금에 힘입어 자국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지만 유럽과 미국 시장을 장악하면 이를 충분히 넘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LG의 유럽시장 점유율은 70%에 달한다.
수조원에 달하는 투자재원 마련이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됐지만 올해 기업공개(IPO) 등을 통해 충분히 실탄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완성차 업체들과 합작법인을 세우면 LG의 투자 부담은 절반가량으로 줄어든다.
최만수/안재광 기자 bebo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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