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을 계기로 공직사회 전반을 조사 중인 정부가 조사 지역을 신도시 주변으로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 합동조사단은 국토교통부와 LH 직원들을 상대로 1차 조사를 벌인 뒤 다음주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조사 결과가 어떻든 작지 않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투기 의혹이 더 나오면 정부 신뢰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추가 의혹이 없으면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감사원이나 검찰이 아닌, 행정부가 조사를 맡았기 때문이다. 조사 대상에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와 서울시를 제외한 것도 논란이다.
조사 대상자는 국토부와 LH 등 신도시 조성에 관여한 공기업 직원, 3기 신도시(중규모 택지 포함)로 지정된 경기도와 인천시 등의 기초자치단체 여덟 곳에서 일하는 신도시 담당 부서 공무원이다. 국토부, LH, 지방 주택도시공사는 전 직원을 조사하기로 했다. 지방자치단체는 3기 신도시 담당 부서의 근무자를 조사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당사자와 배우자, 직계존비속까지 조사할 방침”이라며 “국토부 본청과 지방청 공무원 4000여 명, LH 직원 1만여 명 등이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합동조사단은 다음주까지 이들 중 위법 행위가 의심되는 사람을 우선적으로 선별할 예정이다. 한국부동산원이 운영하는 토지거래전산망에 LH와 국토부 직원들의 개인정보를 입력해 3기 신도시 토지 매매 내역이 있는지 조회하는 방식이다. 의심 정황이 발견되면 대상자의 사촌과 지인 등으로 조사 대상을 넓히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합동조사반에는 국무조정실·국토부·행정안전부·경찰청·경기도·인천시 등이 참여하고 있다. 3기 신도시 여섯 곳(경기 광명시흥·남양주 왕숙·하남 교산·고양 창릉·부천 대장·인천 계양)과 택지면적이 100만㎡를 넘는 경기 과천 과천지구·안산 장상지구 등 총 여덟 곳이 조사 대상이다.
그러나 LH 직원들이 실명으로 땅을 매입하는 등 거리낌없이 행동한 것으로 볼 때 투기가 만연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참여연대가 지난 2일 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을 제기한 뒤 이들 단체엔 여러 지역에서 정치인과 지자체 공무원들이 토지를 매입해왔다는 추가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민변 관계자는 “광주, 부산 등 전국적으로 제보가 들어오고 있다”며 “제보자들이 일반인은 모르는 투기 구조와 수법까지 알려줘 이를 취합하고 있다”고 했다. 태양광발전소 설비 건설을 위한 수용 정보를 이용해 투기했다는 얘기 등이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다음주 발표에서 추가 투기 사례가 나오지 않아도 부담이다. 조사 대상인 국토부가 ‘셀프 조사’를 하는 것이어서 신뢰할 수 없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LH의 투기 의혹은 대부분 변창흠 국토부 장관이 사장으로 있던 시절 발생한 것”이라며 “감사원 등 제3 기관이 조사해야 신뢰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처벌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LH 직원들이 “미공개정보가 아니라 일반에 공개된 정보를 바탕으로 토지를 취득했다”고 주장하면 처벌할 근거가 마땅치 않다. 정충진 법무법인 열린 변호사는 “투기 사실이 드러나도 면직 처분과 2000만~30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정도가 전부일 수 있다”고 말했다.
최진석/배정철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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