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미루기라도 하죠"…10억 손해보고 '눈물의 폐업' [이슈+]

입력 2021-03-06 09:00   수정 2021-03-06 17:39

<svg version="1.1" xmlns="http://www.w3.org/2000/svg" xmlns:xlink="http://www.w3.org/1999/xlink" x="0" y="0" viewBox="0 0 27.4 20" class="svg-quote" xml:space="preserve" style="fill:#666; display:block; width:28px; height:20px; margin-bottom:10px"><path class="st0" d="M0,12.9C0,0.2,12.4,0,12.4,0C6.7,3.2,7.8,6.2,7.5,8.5c2.8,0.4,5,2.9,5,5.9c0,3.6-2.9,5.7-5.9,5.7 C3.2,20,0,17.4,0,12.9z M14.8,12.9C14.8,0.2,27.2,0,27.2,0c-5.7,3.2-4.6,6.2-4.8,8.5c2.8,0.4,5,2.9,5,5.9c0,3.6-2.9,5.7-5.9,5.7 C18,20,14.8,17.4,14.8,12.9z"></path></svg>"결혼은 연기라도 하죠… 첫 돌을 미룰 수가 있나요."
"뷔페는 포장이나 배달이라도 할 텐데, 정말 방법이 없네요…"
지난해 12월 말부터 3개월 넘는 기간 동안 매출액 '0원'인 돌잔치 업체들의 눈물겨운 하소연이다.

정부가 지난달 15일부터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수도권 2단계, 비수도권 1.5단계로 각각 하향 조정하면서 그간 영업 금지됐던 클럽·룸살롱 등 전국 유흥업소 영업이 허용됐다. 돌잔치 업체 사정은 다르다.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를 유지하면서 행사 가능한 업종으로 결혼식과 장례식에만 예외를 뒀기 때문이다.

이같은 내용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는 오는 14일까지 연장된 상태다.

돌잔치 업체는 업장 규모도 크다. 성격상 기본 500~1000평 규모로 운영된다. 막대한 임대료와 인건비, 관리비 등 고정비용을 감안하면 매월 수천만 원씩 손해를 본다. 경영난이 심해지면서 지난 1월에만 전국 돌잔치 업체 26곳이 폐업했다.

현장에서는 "4개월간 임대료만 내고 있다.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것이냐" "조용히 방역지침 지킨 죄의 벌이 폐업인가" 등 울분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임대료 체납으로 명도소송까지…"위약금 분쟁만 수십건"
전라도에서 4년째 돌잔치 업체를 운영 중인 김모씨(46)는 최근 임대료 체납을 이유로 명도소송 내용증명을 받았다.

돌잔치 업체는 말 그대로 '사각지대'에 놓였다.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로 매출이 전무하지만 '버팀목 자금' 등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피해 지원 대상에서도 제외됐다. 지난 3차 재난지원금 때 지급된 버팀목 자금은 매출 증감과 무관하게 '근로자 5인 미만'에 해당하는 소상공인에만 지원됐다.

김씨는 "돌잔치 업종은 공간이 크고 서비스업 종사자가 많아서 대부분 5인 이상으로 운영된다. 정부 방침으로 작년 12월부터 지금까지 영업을 아예 할 수 없는 상태인데 영업 재개는커녕 지원금도 못 받는 상황"이라고 울먹였다.

그는 위약금 분쟁에도 휘말렸다고 했다. 흔히 유사 업종으로 인식되는 웨딩 업체와는 상황이 또 다르다. 결혼식은 상황에 따라 미루기도 하지만 첫 돌은 시기를 조정하기 어려워 연기하기보다 돌잔치 자체를 취소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김씨는 "결혼식은 미루는 게 그나마 가능한데, 돌잔치는 두 번째 생일로 미룰 수도 없지 않나"면서 "영업금지 되면서 한 달에 수백건이 취소됐다. 저희를 한국소비자보호원에 중재 신청한 고객들만 10명이 넘는다"고 털어놨다.

이어 "음식만이라도 팔아보려 배달도 생각해는데 인건비를 감안하면 지금보다 더 마이너스"라면서 "매일 음식이 있는 뷔페와 달리 주말에만 사람을 쓰는데 누가 우리를 찾겠나. 정말 이러다 다 망할 것 같다"고 말을 흐렸다.

경기도에서 10여년간 돌잔치 업체를 운영한 한모씨(45)도 4개월째 임대료가 밀린 상태다. 그는 "임대료 압박이 너무 심하다. 접을까 생각했는데 그마저도 임대 기간이 있기에 처분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한씨는 "상황이 절박하니 장소를 결혼식장으로 이용하라는 말에 혹하기도 했는데, 큰 웨딩홀과 경쟁하는 건 무모하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근로자가 5명 이상이라 소상공인으로도 분류 안 돼 임대료 지원도 전혀 못 받는다. 정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그는 "지난해 12월부터 모든 행사를 전면 취소했는데 지금까지 정부에서 받은 건 지원금 100만원이 전부다. 소상공인에 포함되지 못해 세액공제는 못 받고, 대출 신청에도 제한이 많다"고 설명했다.


한씨 역시 위약금을 둘러싼 소비자 분쟁을 겪는 상황. 그는 "공정거래위원회에 들어간 위약금 관련 소비자 분쟁만 20~30건이다. 매출 제로인데 계약금, 위약금 다 내라고 하면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면서 "정부가 계약 취소에 대해 소비자 손실을 최소화하라는 '권고'를 냈지만 실질적 지원책은 없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씨는 "영업만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다. 몇년씩 같이 근무했던 직원들과 이제는 더 일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면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경영난' 버티다 끝내 폐업…"문 닫으니 보상도 없어"
경영난을 견디지 못해 지난해 12월 말 울산에서 운영한 돌잔치 업체 2곳 모두 폐업했다는 최모씨(48)는 "폐업도 만만치 않더라. 음식업 분류라 폐업할 때 원상복구 비용만 1억원에 달했다"면서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없어 10억 가까이 손해를 보면서 문을 닫았다"고 고개를 떨궜다.

최씨는 "2억 임대료를 미리 냈는데 매달 차감을 당했다. 명도 소송이 나올 즈음에 건물주와 나가겠다고 합의를 봤다"면서 "위약금, 계약금도 모두 손님께 환불해 드렸다. 총 3000만원 돌려드리고 영업 종료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우리 업체는 아르바이트 고용이 많아 소상공인으로 분류돼 그나마 소상공인 대출 7000만원을 받을 수 있었는데, 폐업하자마자 대출을 일시불로 갚으라고 은행에서 바로 연락이 왔다"면서 "당장 돈 없어서 폐업했는데…"라고 했다.

이어 "사실상 정부의 방역 지침을 지키다가 폐업한 것인데, 거기에 대한 보상과 지원 등을 찾아보니 전혀 없더라. 정말 착잡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자영업자들이 정부가 내린 방역지침에 따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고 있단 얘기다. 집합금지 업종이 아닌 영업제한 업종으로 분류돼 지원금조차 제대로 못 받는 실정이다.

최씨는 "지금까지 정부 지원금으로 총 350만원 받았다. 영업금지 대상자는 600만원을 받았지만, 우리는 행위 제한에 의한 영업금지로 분류된단다"면서 "도대체 손실 10억은 누구한테 하소연해야 할지 모르겠다. 헌법에 있는 사유재산권 보장은 대체 어디 있느냐"고 울음을 터뜨렸다.
"이 시국에 돌잔치?" 비판에 또 상처…"2만명 생계 달렸다"
이들은 "이 시국에 무슨 돌잔치냐" "결혼식과 왜 비교하느냐" 같은 인식에 맞닥뜨리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생계가 걸렸다는 점에서는 성격이 비슷한 뷔페는 물론, 유흥업소까지 모두 영업이 재개된 상태다.

김창희 돌잔치전문점총연합회 대표는 "이 시점에 돌잔치가 왜 영업을 해야 하는가 묻는다. 그럼 줌바 댄스, 헬스장, 뷔페, 유흥주점 등은 왜 영업을 풀어줬는지 반문할 수밖에 없다"면서 "모두 자신의 생계가 달린, 생업에 종사하는 이들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협력 업체까지 포함한 돌잔치 업계에는 총 2만명의 생계가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소재 업체 운영자 한씨는 "저희가 목소리를 내니 돌잔치는 집에서나 하라는 말을 들었다. 전국에 있다는 것은 필요로 하는 이들이 있다는 건데, 애정을 가지고 자신의 일을 이어가는 이들이 그만큼 많다는 것인데…"라고 말했다. 그는 "진짜 이 직업을 좋아해 15년간 지켜온 것이다. 그냥 내가 하고 싶은 일 할 수만 있게 해달라는 것"이라며 흐느꼈다.

울산에서 업체를 운영하다 정리한 최씨는 "사실 결혼식이나 돌잔치나 고객은 가족과 친척으로 비슷하다. 버티다 도저히 안 되겠어서 목소리를 냈는데 정말 억울하다"면서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국회에 아무리 하소연해도 답이 없는데 이젠 돈 빌릴 곳도 없다. 제발 살려달라"고 했다.


김창희 대표는 "저희가 저번 유흥주점 영업 풀릴 때 '정말 마지노선이다. 이분들 모두 망한다'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 공무원들은 자기 책임 아니라고만 했다"면서 "이제 진짜 줄폐업이 이어지고 있다. 손실보상으로까지 문제가 넓혀지고 있다"고 역설했다.

중수본 측은 문제가 드러나기 전까지 돌잔치 업체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음을 일부 인정하면서 "업계 애로사항을 방역수칙에 반영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중수본 관계자는 "저희가 지난해 6월부터 논의를 이어왔는데, 그간에는 업체 특성을 정확히 인지하지 못했으나 올해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로 문제가 드러나면서 돌잔치 전문 업계가 피해를 입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서 "방역수칙을 조율한 뒤 합의안을 마련해 영업을 풀어주는 쪽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위약금 분쟁, 파산 등에 대한 보상책에 대해선 "말씀드리기 어렵다. 경제부처 중심으로 논의되는 과정이라고 들었다"면서 "4차 지원금과 피해 지원에 대한 부분에 대해선 돌잔치 업계에 대한 부분을 고려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실질적으로 영업금지 업종에 해당하나 영업제한 업종으로 분류된 데 대해선 "고민을 해봐야 할 것"이란 답변만 돌아왔다.

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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