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페이 직원들 "모든 업무 공개…게으를 틈이 없어요"

입력 2021-03-06 11:13   수정 2021-03-06 17:05


"아지트에서 모든 기록은 다 남겨집니다. 얼마만큼 성과를 내는지 다른 사람들도 다 볼 수 있는 거죠."
"아지트에서 이전 성과를 보면 같이 일하고 싶은지 확인할 수 있어요."

지난달 28일 인터뷰를 진행한 카카오페이 실무진에게 '일에 게을러지는 직원은 어떻게 조정하냐'고 묻자 공통적으로 나온 답변이다. 2017년 카카오에서 분사한 카카오페이는 당시 직원수 60명에서 지금은 1000명이 웃도는 빅테크로 몸집을 불렸다. 올해 채용 목표인원은 300명으로 4대 은행(신한·국민·하나·우리은행) 각각을 웃돈다.

매년 급성장하는 카카오페이이기 때문에 성과가 떨어지는 조직이나 개인도 있을 터. 카카오페이는 기존 금융권과 달리 서비스 기획·개발·디자이너가 한 팀에서 일하는 목적조직이기 때문에 누군가가 '구멍'이 되면 굴러가지 않는다.

카카오페이는 해결책으로 투명성을 택했다. 모두가 '아지트'에서 동료가 일하는 과정과 성과를 쉽게 볼 수 있다. 파티(팀) 내부 회의부터 개인적인 아이디어, 사업내용 등을 다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이 아지트다. 이런 투명성은 '양날의 검'이다. 자신의 업무성과를 본 동료로부터 오퍼가 들어올 수도 있지만, 평판이 나빠지면 고립된다. 하지만 기자처럼 혼자서 일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결국 직원마다 희비가 엇갈린다. 그래서 실무자들에게 그들이 느끼는 압박감은 없는지, 어떤 사람들이 일하고 있는지 물어봤다. 카드사와 스타트업, 통신사 등으로부터 카카오페이로 이직해온 실무진 다섯 분이 인터뷰에 응했다.

(참고로 카카오페이는 2017년 '카카오'에서 분사하기 전부터 영어 이름을 썼다. 입사할 때부터 영어이름을 쓰다보니 같은 클랜에서 서로의 한국 이름을 모르는 경우가 다반사다. '님'이나 직급도 붙이지 않는다. 가급적 위계를 신경쓰지 않고 수평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자는 것이 카카오 계열사 전반의 원칙이어서다.)
▶최근 금융권에서 카카오페이로 넘어오는 분들이 많습니다. 금융권과 다른 점을 하나 꼽자면?
루방(방동근 금융사업클랜 대출파티 매니저) / 금융권은 서버를 하나 사더라도 결재 라인이 많아요. 결재권자에게 "우리는 이걸 해야 해"라고 설명하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립니다. 물론 카카오페이도 큰 결정은 회사 차원에서 이뤄지지만, 한두차례 멘트를 주고받으면 해결되기 때문에 속도에서 큰 차이가 나죠.
▶그런 방식이 한국 문화에서 쉽게 적응이 가능할까요.
루방 / 그런 걸 원하는 사람들이 모입니다.
제시(조세희 금융사업클랜 퍼포먼스마케팅 매니저) / 채용할 때 본인이 주도적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지 테스트하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그동안 해온 프로젝트나 업무, 역할, 배운 점 등등에 대해 질문하면서 답변을 했습니다. 또 그 답변에 대한 질문을 하면서 어떤 성향으로 일을 해왔는지, 실제 어떻게 역할을 했는지 파악합니다.
▶관리자에게 의견을 내는 데 압박이 없어야할텐데요.
소이(김연수 금융사업클랜 대출파티장) / 관리자(파티장, 클랜장, 부사장·대표)에게 하고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아지트와 카카오톡, 면담으로 말할 수 있어요. 하고싶은 말을 다양한 채널로 대표에게 전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겁니다. 제가 알렉스에게 하고싶은 말이 있으면, 알렉스에게 자리에 있는지 물어보고 바로 찾아가 말하면 돼요.

제이콥(조상현 결제사업클랜 직속 디자인 밴드장) / 제가 하고픈 얘기를 돌려서 간접적으로 멘션을 거는 방식도 있죠. 모두가 눈치채지 못하고 서로가 느껴지는 미묘한 시그널을 받는 경우도 있고요.
▶관리자나 동료들로부터 받은 피드백이 별로라면 트러블이 날 수 있지 않습니까.
톰(김석현 전자문서클랜 전자문서파티 매니저) / 보통 직급에 따라 말의 힘이 달라지는데, 카카오페이는 나이나 연차를 잘 모르니 어떤 사람인지 보기보다 의견 자체에 집중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래도 선은 지키는 편입니다.

소이 / 저는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이야기한다는 마음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해요. 연차나 직급을 먼저 생각하기보다 한 사람의 아이덴티티를 먼저 고려하는 문화라고 봐요.

제이콥 / 구구절절 해명하면서 쓰면 그 일 자체가 업무가 되고 속도가 저하되니, 이해하실 분이라 생각하고 피드백이나 아이디어를 간략히 올려둡니다. 그 후에 직접 찾아가거나, 메시지를 남기는 식으로 설명하죠.
▶이런 분위기 적응하면서 어려운 부분은 없으셨어요?
톰 / 이전 직장(통신사)은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정해져있었어요. 맡을 수 있는 업무의 '파이'가 정해져있거나, 팀장님 컨펌을 받아야하는 등의 구체적인 규칙이 있었습니다. 카카오페이에 와서는 적응이 안 돼서 기획서를 누구한테 확인을 받아야하는지 묻곤 했어요.
여기는 '컨펌'이 아니에요. 다같이 논의해서 방향성이 맞다고 결정되면 진행이 되는 편입니다. 아주 중요한 부분들은 물론 리더의 결정이 필요하겠죠. 하지만 실무진이 알아서 목표와 방향성을 모두 이해하고 있어 거기에 맞는 결과물만 나오면 된다는 생각을 갖고 업무에 임해요.
마리(송수지 브랜드홍보실 매니저) / 초반 적응이 어려운 경우를 위한 버디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버디가 시스템, 복지, 업무 등 도움을 주시기 때문에, 충분히 적응 기간을 드리고 자유롭게 일하실 수 있을 겁니다.
▶담당자가 알아서 일하는 게 카카오페이 전반의 분위기인 듯 한데요, 게을러지는 조직이나 사람은 어떻게 조정하나요?
소이 / '자유'가 일을 안해도 된다는 걸 의미하지 않죠. 제시와 함께 사내 서비스를 출시한 경험이 있어요. 서로 일하고 싶은 사람을 찾아서 받을 수 있는 도움 받으며 서비스를 추진한 거죠. 이런 게 주도적인 자유로움입니다. 자유를 누리는 데 필요한 기술을 개인적으로 공부하는 등 뒤에서 노력하는 시간이 많아요. 실은 업무가 많아서 일을 안할 수가 없는 환경이기도 하고요. 모두 목표가 분명히 있어요. 자기주도적으로 그걸 달성하는 겁니다. 각자 몰입하는 시간이 달라서 때로 쉬기도 하지만, 그만큼 업무에 투자해야합니다.

제시 / 솔직히 말씀드리면, 일을 안하는 성향의 분들은 버티기가 쉽지 않아요. 다른 부서와 협업해야 할 때가 많은데, 이전 성과와 에티튜드를 보면 같이 하고 싶은지 자연스레 느낄 수 있습니다. 카카오페이에는 그런 분들이 많이 없기도 하고요. 저는 입사를 한지 1년 반 조금 안됐고, 스타트업에서 일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대기업에서 오신 분들과는 조금 달랐어요. 다만 대기업에서 오신 분들은 보통 '자유로움'을 꿈꾸고 오십니다. 하지만 자유와 동시에 책임감이 요구돼서 힘든 부분이 있어요. 카카오페이는 스타트업과 대기업의 중간쯤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제이콥 / 아지트에서 모든 기록은 남겨집니다. 모든 기록이 남아 지워지지 않는 '블록체인'의 성격이 있다고 봐야겠죠. 모든 것이 공개되고 남아있기 때문에 얼마만큼 성과를 내는지 다 드러납니다. 꾸밀 수가 없는 거죠. 본인의 가치를 증명해야 합니다.
▶적지 않은 압박감이 있을 것 같은데요.
제시 / 개인이 세워둔 KPI에서 스스로 느끼는 압박감이라고 보면 될 것 같아요. 카카오페이에 서비스도 많고, 일정대로 항상 완벽하게 굴러 가진 않기 때문에 항상 모든 내가 원하는 걸 펼칠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목표한 것보다 성과가 적을 때나 어려움이 있을 때 서비스와 조직 내에서 함께 개선점을 찾아야죠. "이런 부분을 더 할 수 있게 도와주세요", "이런 부분은 제가 해볼게요"라고 먼저 말해요. 그러면 파티장이 "여기 A에서 B하면 어때"라는 식으로 개선책을 제안해주십니다.

리더의 의견을 무조건 받는 건 아니에요. 내가 합당하다고 생각하면 그대로 하지만, B에서 결국 C로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같은 목표를 향해 '같이' 달려보자는 마인드가 중요한 것 같아요. 물론 일단 조직원의 의견을 모아 합의된 부분에 대해선 이견 없이 집중해야죠.

박진우/오현아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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