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의 쿠데타를 반대하는 시위에 참여했다 사망한 '태권소녀' 치알 신의 시신이 군부에 의해 도굴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같은 조치는 군부가 경찰의 실탄 사격을 은폐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6일 현지 매체 이라와디에 따르면 전날 미얀마 제2 도시 만달레이의 한 공동묘지에 군인들이 들이닥쳐 지난 3일 쿠데타 반대 시위 때 경찰이 쏜 실탄에 머리를 맞아 숨진 치알 신의 시신을 도굴했다.
당시 군인들이 트럭을 타고 와 공동묘지 입구를 봉쇄한 뒤 직원에게 총을 겨눴다고 매체는 보도했다.
로이터 통신도 다른 독립 매체인 '미지마 뉴스'를 인용해 미얀마 당국이 전날 군경 호위 하에 치알 신의 묘에서 관을 들어올린 뒤 시신을 꺼내 검시하고 나서 다시 매장했다고 보도했다.
치알 신의 시신 도굴에는 최소 30명과 전동 공구가 동원됐고 현장에서 버려진 고무장갑과 부츠, 수술 가운 등이 발견됐으며 한쪽에는 핏자국도 있었다고 전했다.
도굴 현장을 목격한 미얀마 시민은 "치알 신의 머리를 벽돌로 받치기도 했다"면서 "의사로 보이는 이들이 치알 신의 머리를 만지는 듯한 행동을 했고, 시신에서 작은 조각을 꺼내 서로 보여줬다"고 증언했다.
이와 관련해 군사정부가 운영하는 신문들은 "치알 신이 실탄을 맞았으면 머리가 망가졌을 것"이라며 "경찰의 무기에 의해 부상했을 개연성이 낮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당국이 치알 신 사망의 근본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태권도를 배우며 댄서로 활동하기도 했던 치알 신은 '다 잘 될 거야'(Everything will be OK)라는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쿠데타 반대 시위에 참여했다가 변을 당했다. 이 문구가 쿠데타에 저항하고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상징으로 떠올랐다.
치알 신은 시위 참여에 앞서 죽음까지 각오한 듯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혈액형, 비상 연락처와 함께 '시신을 기증해달라'는 메시지를 남긴 것으로 알려져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김정호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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