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강압적이고 불공정한 경제적 관행과 홍콩 탄압, 신장에서의 인권 침해, 대만을 포함한 지역 내에서의 독선적인 행동에 대해 근본적인 우려를 나타냈다. 시 주석은 “대만, 홍콩, 신장 등의 문제는 중국의 내정”이라며 “중국의 주권과 영토 보전이 걸린 문제인 만큼 미국은 중국의 핵심 이익을 존중하고 신중하게 행동하라”고 경고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중국과 호주의 갈등은 올 들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호주 정부가 코로나19 진원지에 대한 국제 조사를 하자고 요구하면서 빚어진 충돌이 통상마찰로 커지는 양상이다. 중국이 호주산 소고기 수입을 금지하고 보리에 80%가 넘는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자 호주 정부는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작년 홍콩 국가보안법 시행을 놓고 싸웠던 영국과는 올 들어 ‘방송 전쟁’을 벌이고 있다. 영국이 런던에 유럽본부를 둔 중국국제텔레비전(CGTN)의 방송 면허를 취소한 데 대해 중국은 BBC 뉴스 방영을 금지하고 기자도 추방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이 밖에 인도와는 국경 분쟁을 빚고 있고, 대만 방공식별구역을 수시로 침범해 양측의 우발 충돌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미국의 뒷마당으로 불리는 중남미와 카리브해 연안 지역에서도 중국이 영향력 확대를 추진하면서 미국의 반발이 거세다.
다만 시 주석은 세계 각국과의 대결을 의식해 최근 공산당 중앙정치국 집단학습에서 “각종 위험과 도전을 잘 예측해야 하고 ‘회색 코뿔소’ 사건에도 잘 대비해야 한다”며 중국이 당면한 위험을 강조했다.
회색 코뿔소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으면서도 쉽게 간과하는 위험 요인을 말한다. 위기관리 전문가인 미셸 부커 세계정책연구소장이 2013년 다보스포럼에서 처음 소개한 개념이다. 시 주석은 위기를 강조할 때마다 회색 코뿔소를 언급해왔다. 중국이 최악의 경제성장률을 발표한 2019년에도 국제 정세가 예측하기 어려우며 주변 환경은 복잡하고 민감하다면서 회색 코뿔소를 예방해야 한다고 했다. 시 주석은 중국 내부를 향해 회색 코뿔소를 경계해야 한다고 역설하지만 정작 세계에는 중국이 회색 코뿔소란 것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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