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장관회의에서 논의된 주요 내용은 세 가지다. 총리실 중심의 합동조사 후 무관용 조치를 취하고, 기존 ‘2·4 대책’은 예정대로 추진하며, 부동산시장 교란행위도 막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예외나 성역 없는 전수조사를 통해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고 실태 파악에 집중할 때다. 어설픈 봉합 시도는 국민의 분노와 불신을 키우면서 시장 불안만 부채질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정부가 제대로 인식하고 단단히 깨달아야 할 게 있다. 3기 신도시 건설과 ‘공공개발’을 내세운 정부 주도의 주택 공급 정책이 총체적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이다. “공공의 반칙에 영혼이 털렸다”는 한탄과 절규가 20~30대뿐 아니라 모든 세대에서 나오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 그런데도 직전 LH 사장으로서 책임이 큰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의 어이없는 변명을 보면 상황 인식에도 문제가 다분해 보인다. “신도시 개발이 안 될 걸로 알고 취득했는데, 갑자기 지정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는 그의 해명은 속된 말로 ‘국민 염장 지르기’로 볼 수밖에 없다.
안 그래도 감사원·검찰이 맡지 않아 ‘변창흠 셀프조사’라는 비판이 나오는 판이어서 “조사 결과도 뻔할 것”이라는 예상이 적지 않다. 그렇게 되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1년 뒤 물러날 ‘5년 정부’의 공정·정의 같은 빛바랜 구호가 문제가 아니다. 정책이 최소한의 신뢰조차 못 얻을 경우 벌어질 부동산시장의 불안과 혼란이 걱정인 것이다. 나아가 공공부문에 대한 불신과 조롱, 젊은 세대의 무한 절망이 더 큰 문제다. 대통령은 사흘간 ‘강력 조사’를 지시했음에도 행여 당국자들이 아직도 ‘공기업 직원 몇몇의 일탈에 대한 과도한 문제 제기’쯤으로 여기면 답이 없다.
집값이 오를 때마다 정부는 ‘시장 교란행위 엄단’을 밥 먹듯 되풀이해왔다. 그런 교란행위가 LH 직원들의 기막힌 수법으로 드러난 게 이번 사태다. 그런데도 어제 또다시 4대 교란행위 대책이라며 ‘뻔한 내용’을 천연덕스럽게 발표하는 정부는 부끄러움도 없는가. 일에는 선후와 완급이 있는 법이다. 그런 교란행위가 고양 창릉, 남양주 왕숙 등 다른 3기 신도시 후보지에선 과연 없었는지, 국회·청와대·국토부·경기도 등의 공직자들은 무관한지 조사에 집중하는 게 순리다. 그러면서 조사의 진척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다면 어떤 애로가 있는지 ‘1일 브리핑’이라도 하겠다고 나서야 마땅하다.
투기 의혹으로 시작됐지만, 지금의 ‘반칙왕 조사’는 부동산 차원을 훨씬 넘어섰다. 섣부른 나열식 봉합책으로 사태를 대충 덮을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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