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장기화하면서 국내 리조트업계의 '버티기 전략'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지금처럼 비용 절감만으로는 하락세인 영업수익성을 감내하기 쉽지 않아 기업별로 구조조정이 가속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내 리조트 업체들은 활발하게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오는 4월 리조트 사업 부문 중 아쿠아리움 운영 사업을 분할할 계획이다.
또 보유 부동산 일부를 계열사에 처분하는 등 다양한 사업·재무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사업 실적이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영업 수익성이 저조한 사업 부문을 정리해 사업 안정성을 높이려는 취지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지난해 초에도 기존 식자재 유통·급식 사업 대부분을 분할해 외부에 매각했다.
이랜드파크는 SK계열사인 비앤엠개발에 제주켄싱턴호텔과 상록호텔 부지를 매각했다. 이랜드파크의 경우 2019년 영업 수익성이 저조한 외식 사업 부문을 분할하면서 자체적으로 차입금이 감소하고 재무지표가 개선됐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재무 안정성 지표가 흔들리고 있다.
이 밖에 한솔개발은 오크밸리리조트를 운영하고 있는 한솔개발 지분 49%를 HDC현대산업개발에 매각했다. 금호리조트는 지난 2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보유한 지분 66.7%를 금호석유화학에 매각했다.
휘닉스중앙은 상대적으로 입지의 다각화가 뒤처지는 가운데 코로나19 확산으로 동계 기간 주요 사업인 스키장의 정상적인 영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한화리조트, 이랜드파크, 휘닉스중앙 등 내국인이 주된 수요 기반인 콘도미니엄을 주력으로 하는 국내 리조트업계는 지난해 해외 여행 수요를 일부 흡수하면서 반사이익을 누렸다. 내국인의 해외 여행이 제한된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이용객이 급감한 국제선 항공편에 비해 국내선 항공편은 지난해 2분기 이후 다소 회복되는 모습을 나타냈다.
하지만 국내 신용평가사인 나이스신용평가는 "부분적인 실적 보완에도 불구하고 한화리조트를 비롯한 대부분 리조트 업체가 여전히 과거에 비해 저조한 수준의 영업 실적을 기록하고 있으며, 재무 안정성 또한 저하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리조트와 호텔 등 관광숙박업을 주력으로 하는 업체는 상대적으로 인건비와 감가상각비 등 고정비 부담이 큰 편이다. 국내 리조트업계는 경쟁 심화로 코로나19 이전부터 전반적인 영업 수익성이 저조한 상태였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2015~2018년 별도의 실적 공시가 있는 주요 7개 리조트 업체의 영업수익성을 합산할 경우 매출액영업이익률이 1~2% 안팎으로 매우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2019년엔 일부 업체의 사업 부문 정리로 인한 비용이 추가로 반영되면서 합계 기준 영업손실이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해 사업 실적은 더 부진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올해는 지난해에 비해 국내외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될 전망이라 리조트업계의 업황 개선을 점치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또한 지난해 비경상적인 실적 변동을 경험한 리조트 업체들이 다양한 활로 모색으로 단기 변수에 따른 영향을 점차 완화시키는 모습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산 이전 수준을 되찾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수 있어 자산 매각이나 유동화, 영업 실적 개선 추이가 리조트 업체들의 향후 신용도를 좌우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코로나19로 인한 추가적인 영업실적 악화와 주력인 리조트 부문의 투자 부담 등을 이유로 지난해 한화호텔앤드리조트(BBB+), 이랜드파크(BB+), 휘닉스중앙(BB)의 신용등급 전망으로 부정적을 달아 놓은 상태다.
이강서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코로나19 확산 이전부터 다수의 리조트 업체들이 전반적인 업황 저하를 반영해 자산 매각 등 구조조정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며 "코로나19로 큰 폭의 실적 악화를 겪고 있는 리조트업계는 향후 전반적인 업황 회복이 지연될 경우 업체별로 구조조정이 더욱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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