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주식 가압류하겠다"…신창재 자택 들이닥친 어피너티

입력 2021-03-08 11:45   수정 2021-03-08 14:24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수조원대 ‘주식 풋옵션 분쟁’을 벌이고 있는 어피너티컨소시엄의 법률대리인들이 신 회장 주식을 가압류하겠다며 자택을 찾은 것으로 확인됐다. 신 회장 측은 보유 지분 전체를 한국예탁결제원에 전자주식 형태로 보관하고 있어 집 안에는 주식이 단 한 주도 없다고 주장했지만 어피너티 대리인들은 직접 확인절차를 밟았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어피너티는 지난달 법원으로부터 신 회장의 실물 주식 가압류 허가를 받고 서울 성북동 자택과 서울 광화문 본사 회장실을 방문했다. 어피너티는 종이로 된 실물 증권만 가압류할 수 있었다. 업계 관계자는 “신 회장의 모든 주식이 전자주식 형태여서 법원이 허가한 실물 증권 가압류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며 “어피너티 측에서도 이런 사정을 알고 있었을 텐데 실물 증권을 찾겠다면서 대여섯명의 법률대리인이 집행관을 대동하고 집과 회사를 다녀갔다”고 말했다.

자택으로 진입하려는 어피너티 관계자들을 신 회장의 경비원들이 막는 과정에서 마찰이 빚어져 직원 한 명이 부상을 입기도 했다. 해당 직원은 물리력을 행사한 어피너티 법률대리인을 고소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집으로 들어가는 문도 일부 부서졌다는 증언이 나왔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가압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실질적 이익이 전혀 없거니와 있지도 않은 종이 증권을 찾겠다고 집으로 들이닥친 것은 신 회장의 명예를 훼손하고 심리적 고통을 주겠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법원이 어피너티에 신 회장 재산의 가압류를 허용한 것은 이번이 다섯 번째다. 어피너티컨소시엄은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 IMM프라이빗에쿼티(PE),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PE), 싱가포르투자청 등으로 이뤄진 투자자들이다.

어피너티는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한 교보생명 주식 492만주(지분율 24%)를 사들이면서 신 회장에게 교보생명 지분을 되 팔 수 있는 풋옵션 조항을 넣었다. 교보생명이 상장(IPO) 기한을 넘기자 어피너티는 2018년 1주당 40만9912원으로 풋옵션을 행사했다. 풋옵션을 행사하는 순간 신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을 권리가 생기기 때문에 법원은 신 회장의 배당금과 자택, 급여, 실물 주식에 대해 가압류를 할 수 있도록 했다. 가압류를 하더라도 처분권은 없다. 신 회장이 다른 사람들에게 소유권을 넘길 수 없게 막을 뿐이다.

교보생명과 어피너티는 현재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법원에서 다툼을 벌이고 있으며 조만간 중재인(민사소송의 판사 역할) 심리가 열린다. 검찰은 지난 1월 풋옵션 가격 산출과 관련해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 IMM PE 등 재무적 투자자와 회계법인인 딜로이트안진 등을 공인회계사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공인회계사법에서는 공인회계사가 직무를 행할 때 고의로 진실을 감춰서는 안 되며 위촉인이 부정한 방법으로 금전상 이득을 얻도록 상담할 수 없게 하고 있다.

어피너티 측은 검찰의 기소 이후 “검찰의 공소장에 범죄사실로 언급된 부분 즉 공모와 허위 보고, 부정한 청탁, 부당한 이득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는 입장문을 공개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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