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사퇴 후 처음 실시된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물론 그동안 독주를 이어오던 이재명 경기지사까지 제쳤다. 윤 전 총장이 반문(반문재인)의 확실한 아이콘으로 떠오르면서 표류하던 중도보수·보수 진영이 결집했다는 분석이다. 윤 전 총장에 대한 현 지지율이 유지된다면 지금까지 이어져온 여당 중심의 대선 구도가 요동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같은 날 발표된 리얼미터의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도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은 28.3%로 1위에 올랐다.
윤 전 총장이 사실상 ‘정치 출사표’를 던지면서 반문 진영의 결집이 일어났다는 평가다. 표면적으로는 검찰 수사권과 관련한 사퇴였지만 “검찰에서 역할은 여기까지”라거나 “앞으로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와 국민을 보호하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는 말은 사실상 정계 진출 선언으로 해석됐다. 여기에 한 언론사와의 ‘작심’ 인터뷰에 이어 대구 방문, 사퇴 과정 등이 며칠간 전 언론에 자세히 보도되면서 ‘컨벤션 효과’까지 겹쳤다는 분석이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직접적으로 정치하겠다는 얘기는 안 했지만 이에 준하는 정치 선언을 했다”며 “‘잠재적 정치인’이 아니라 이제는 ‘정치인 윤석열’을 향해 반문 진영의 지지가 모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도층 공략의 최적임자라는 평가도 있다. 실제 지역별 지지율을 살펴봐도 윤 전 총장은 서울, 충청권 등에서 높은 지지를 보였다. 두 지역 모두 사실상 대선판을 좌우하는 ‘캐스팅보트’ 역할을 해온 곳이다.
반면 조직과 세력이 없고, 정치인으로서의 도덕성과 정책 능력 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관론도 제기된다. 정권과의 갈등 국면에서 대권 경쟁력이 과대평가됐다는 지적이다.
1년여 남은 대선까지 경쟁력 있는 조직을 갖추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윤 전 총장 가족의 도덕성 문제 역시 그에게는 불안 요인이다. 대선주자로서 반드시 갖춰야 할 경제, 외교·안보, 교육, 복지 등에 대한 정책 능력도 여전히 베일에 가려져 있다. 이런 점에서 과거 검증 과정에서 ‘중도하차’했던 고건 전 국무총리나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SNS에 “한때 반짝 지지율 1위였던 고건도 갔고, 김무성도 갔고, 반기문도 훅 갔다”며 “윤석열의 반짝 지지율 1위는 조만간 가뭇없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이제 본인은 물론 가족까지 ‘탈탈 터는’ 정치 검증이 조만간 시작될 것”이라며 “다만 이번 여론조사에서 대선주자로서의 잠재력은 충분히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