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합동조사단에 이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를 중심으로 한 합동특별수사본부 추가 설치에 나선 건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투기 의혹과 관련한 논란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7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나서 사과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놨지만 여론의 반응은 싸늘하다. 특히 ‘셀프 조사’ 논란 등 조사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크다. 이번 조사의 세 가지 쟁점은 △차명거래 적발 △검찰 수사 여부 △처벌·환수 수위 등이다.
지인 명의 빌리면 적발 어려워…관련자 신고·첩보에만 의존
이후 특별수사본부에서 이를 넘겨받아 국가수사본부와 시·도 경찰청이 합동 수사한다. 하지만 경찰 내부에서도 차명 거래 수사에 대해 회의적 의견이 많다. 한 경찰 관계자는 “단기간에 본인이나 가족, 친척이 아닌 지인들의 이름을 빌려 투기에 나선 사람을 찾아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차명 거래, 미등기 전매 등 불법행위를 밝히는 데 한계가 있다”고 했다.
정부는 현재 LH 직원 가족의 명단과 토지주 명단을 대조하는 방식으로 투기 사실을 파악 중이다. 이 같은 기초조사에서 가족이 아닌 지인 등을 통한 차명 거래를 적발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경찰은 고소, 고발, 신고 외에 첩보를 발굴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이마저도 결국엔 주변인의 신고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경찰이 수사주도, 檢은 측면지원…"지휘관계 뒤바뀌어" 파행 우려
전문가들은 경찰이 전면에 나서고 검찰은 법리적 검토 등을 지원하는 체계로 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검경 수사권 조정 이전에 검사가 경찰을 지휘하던 관계가 뒤바뀐 만큼 두 기관이 화학적으로 잘 융합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수원지방검찰청 안산지청은 이번 의혹과 관련해 ‘부동산투기 수사전담팀’을 이날 구성했다. 검찰은 기본적으로 경찰이 영장을 신청하거나 사건을 송치할 때 신속히 검토하고, 기소 이후 공소 유지에 만전을 기하는 역할을 할 전망이다.
1·2기 신도시 투기 의혹 사건을 주도하는 등 특별수사 경험이 많은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도 경찰에 법리적 검토와 노하우 등을 공유할 전망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미국 등에선 검경 특별수사팀이 구성될 경우 검찰이 경찰서에 파견을 가 법률, 수사기법을 조언하는 게 일반적인 형태”라며 “국내에서도 이 같은 시스템이 고려될 수 있다”고 했다.
내부정보로 매입 입증해도 벌금 겨우 7000만원 수준
부패방지법 86조에 따르면 공직자가 업무상 비밀을 이용할 시 징역·벌금과는 별개로 재산상의 이익을 몰수당할 수 있다. LH도 공공기관이기에 직원들이 부패방지법 적용 대상이다. 법무법인 부원의 김학무 변호사는 “LH 직원들의 땅투기가 사실로 판명나면 업무상 비밀이용죄에 해당한다”며 “부패방지법상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형사처벌 이후 몰수·추징을 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다만 내부 정보를 이용해 매입했다는 뚜렷한 증거가 있어야 한다. 토지 개발과 보상업무를 맡았다고 해서 내부 정보를 이용했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최근 국회에서도 땅투기 공무원 및 공공기관 직원 처벌을 위한 관련법 개정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투기 적발 시 부당이익의 3~5배를 벌금으로 물리고, 징역형도 종전 5년에서 10년으로 두 배로 강화하는 소위 ‘토지몰수법’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렇게 처벌 수위를 높여도 이번 조사에서 적발된 이들에게는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최진석/정지은/서민준/이인혁 기자 isk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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