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니는 부활했는데…파나소닉이 '사업재편'에 실패한 이유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입력 2021-03-09 08:10   수정 2021-03-09 11:21


2011~2012년 2년 연속 8000억엔(약 8조4661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낸 파나소닉도 사업재편을 시도했다. 2012년 6월 취임한 쓰가 가스히로 파나소닉 사장은 ‘낡은 파나소닉과 결별’을 선언하고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에 편중됐던 사업구조를 기업 간 거래(B2B)로 바꾸기로 했다.

2000년대 이후 한국 및 중국 기업과의 경쟁에서 밀린 반도체, 휴대전화, TV 시장에서 철수하는 대신 헬스케어기업으로 변신한 필립스를 참고했다. 거액 적자의 원흉이었던 플라즈마TV, 의료기기 사업에서 잇따라 철수했다.

하지만 전기차(EV) 배터리 등 자동차 부품과 ‘공간솔루션’으로 명명한 주택사업울 새 성장동력으로 선정한 것이 오산이었다. 2015년 확보한 전략투자금 1조엔 대부분을 자동차 관련 사업에 투입했지만 2019년 466억엔의 적자를 냈다. 테슬라에 배터리를 공급하는 사업은 지난해 처음 흑자를 냈지만 LG전자와 중국 CATL의 추격으로 수익성을 지속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나머지 자동차 부품 사업은 자체진행을 포기하고 지난해 도요타와 합작법인을 세우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공조와 조명에 집중한 주택사업 역시 기업 인수·합병(M&A)을 통해 수익력을 보완하려던 전략이 실패로 돌아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이후는 결별을 선언한 가전 의존도가 오히려 더 높아졌다. 지난해 4~9월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이 소비자 가전에서 나왔다. 소니가 게임과 금융 사업에서 정기구독 방식(서브스크립션)의 사업 모델을 확장하면서 21세기로 나가는 동안 파나소닉은 20세기 제조기업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파나소닉은 건전지, 콘센트, 용접기 등 전통 산업과 시스템 키친 같은 백색가전에서부터 반도체 관련 제조설비 및 5G 이동통신 기지국까지 문어발식 사업구조를 갖고 있다. 하지만 “34개 사업부 대부분이 성숙사업”이라는 쓰가 사장의 고백대로 성장을 이끌 핵심산업이 없다는 지적이다. 그 결과 파나소닉의 지난해 매출 대비 영업이익률은 목표인 5%의 절반 수준인 2%대에 그칠 전망이다. 최근에는 라이벌 소니뿐 아니라 한 수 아래로 여겼던 일본전산으로 이직하는 엔지니어가 나와 그룹 전체에 충격을 주기도 했다.

1990년 전후 세계 10위권에 들었던 반도체 사업은 수년간 적자가 이어진 끝에 작년 9월 대만 기업에 팔았다. 2000년대 중반까지 세계 5위권이었던 태양광 패널사업도 한국과 중국에 밀려 손해를 보다 지난달 1일에야 철수를 결정했다. 비주력 사업을 선제적으로 정리하지 못하고 경쟁에서 밀리고 도태된 끝에 헐값 처분하는 사례가 이어졌다.

더 심각한 문제는 제조업 마인드를 버리지 못하는 기업문화가 지적된다. 파나소닉은 ‘중기 경영계획’의 원조다. 1956년 ‘220억엔이었던 매출을 1960년까지 800억엔으로 늘린다’는 제1회 중기경영계획을 처음 발표한 이래 3년마다 경영계획을 세우고 있다. 파나소닉이 중기경영계획에서 가장 중시하는 목표는 매출이다. 역대 파나소닉 사장도 “매출 10조엔”이라는 목표를 입버릇처럼 강조했다.

기업의 경쟁력이 수익성과 자본효율로 평가받는 시대가 됐는데도 고도성장기에나 달성이 가능한 매출목표를 붙들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그런데도 파나소닉은 2014년 중기 경영계획에서 또다시 ’창업 100주년인 2018년까지 매출 10조엔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2016년 매출이 7조엔대로 떨어지고서야 파나소닉은 이익을 중시하는 전략을 채택했다.

적극적으로 사업을 재편해 경영의 효율성을 높인 소니와 매출에 집착한 파나소닉의 차이는 영업현금흐름에서도 나타난다. 파나소닉의 영업현금흐름이 4000억엔 전후에 머무르는 동안 소니는 1조5000억엔까지 늘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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