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의 땅 투기 의혹이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미공개 정보를 활용한 투기 행태가 다른 공공기관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대상을 국토교통부 산하기관 전체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번엔 도로공사…김은혜, 파면 직원 사례 공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이 9일 공개한 한국도로공사의 '2018년 설계자료 유출 및 부동산 투자 등으로 파면된 직원의 징계요구서'를 보면, 도로공사 직원 A씨는 불법 투기로 인해 파면 조처됐다.A씨가 사들인 해당 토지는 약 1800여 제곱미터로 2024년 완공을 목표로 건설 중인 새만금-전주 간 고속도로의 한 나들목 예정지에서 1.5km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했다. A씨가 토지를 구입한 시기는 실시설계 완료(2017년 8월) 전이었다.
이에 A씨는 '한국도로공사 임직원 행동강령' 제13조(직무 관련 정부를 이용한 거래 등의 제한)와 제15조 5항(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거래 또는 타인의 재산상의 거래·투자를 돕는 행위) 등 위반으로 파면됐다. 그러나 파면된 A씨는 현재까지도 해당 토지를 부인과 지인 명의로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사례처럼 파면 조처 외에 실질적 환수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잘려도 수익이 평생 버는 돈보다 많을 것"이라던 LH공사 신입직원의 발언처럼 불법 투기가 적발돼도 이익이 더 크다는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가 현실화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국토부 산하기관 전체로 조사 확대돼야 할 것"
김은혜 의원은 "국토부 산하 공공기관 임직원의 불법 투기가 이미 만연한 상황에서 LH 사건은 예견된 사고"라며 "전수조사하는 흉내만 낼 것이 아니라 국토개발을 담당하는 국교부 산하기관 전체로 조사를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어 "개발 사업이 많은 국토교통부 산하기관의 특성상 이번 LH 사건과 같은 불법 투기가 만연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며 조사대상을 국토부 산하기관 전체로 확대할 것을 주문했다.
아울러 "한국도로공사의 경우에는 행동강령 위반이 적발된 반면 LH공사는 그러지 못한 것은 임원진 직무유기"라며 "부패방지법 제50조에 따라 업무처리 중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취득한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몰수할 수 있는 규정이 있는 만큼 엄격한 형사처벌이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은혜 의원은 또 "파면 당한 직원이 여전히 토지를 소유하고 시세차익을 볼 수 있는 구조로 인한 도덕적 해이를 방지할 수 있도록 몰수를 넘어 징벌적 배상제도까지 도입하는 근본적 입법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조준혁 한경닷컴 기자 pressch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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