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특수통 검사 출신 변호사는 LH 직원들의 부동산 투기 의혹 수사를 경찰이 주도하게 된 데 대해 이렇게 불만을 표시했다. 대형 특별수사 경험이 많은 검찰이 수사에서 사실상 배제됐기 때문이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검찰 (보고) 빠지라고 하니 이 수사는 망했다”는 검찰 수사관의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이런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일 “검경의 ‘유기적 협력’으로 (비리를)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작 검찰은 시큰둥한 분위기다. 검찰이 직접수사 등을 통해 수사 전면에 나서게 된 것은 아니어서다. 법조계 관계자는 “검찰이 수사 노하우 등을 알려주고 영장 처리를 신속히 해주는 등 경찰을 ‘측면 지원’하라는 주문일 뿐”이라고 말했다.
경찰도 자력만으로 이번 수사를 성공적으로 완수하고 싶어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이 조언한들 66년 만에 ‘수사권 독립’을 맛본 지 불과 3개월 된 경찰이 이를 제대로 들어줄지도 미지수다.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전날 “경찰이 부동산 특별단속을 하면서 역량을 높여왔기 때문에 (검찰이 수사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당부한 ‘유기적 협력’에 어두운 전망이 드리우는 이유다.
하지만 검찰이든 경찰이든 수사의 주도권에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검찰이 전면에 나서지 못하는 이유는 분명히 있다. 수사권 조정으로 검찰은 6대 범죄(부패, 경제, 공직자, 선거, 방위사업, 대형참사)에 한해서만 직접수사가 가능한데, LH 사태는 이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 물론 수사권 조정 자체에 대한 근본적 불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법 집행기관이라면 당연히 법을 존중하고 따라야 한다.
경찰도 수사 및 법률 전문가인 검사의 역량을 존중해야 한다. 자신들을 향한 국민의 불안한 시선도 인정해야 한다. 경찰이 “명운을 걸겠다”던 ‘버닝썬 수사’가 ‘부실 수사’ 논란으로 점철된 게 불과 2년여 전이다.
무엇보다 앞으로는 이 같은 검경 협업 사건이 많아질 것이다. 검경이 엇박자를 보이면 부동산 투기 의혹 진실 규명에만 실패하는 것이 아니다. 잠재적 범죄자가 많아져 ‘부패완판(부패가 완전히 판치는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
정부는 안 그래도 ‘실기’ 비판이 거센 와중에 ‘검찰 패싱’이라는 또 다른 논란을 자초하지 않았는지 뒤돌아봐야 한다. 단순 ‘협력 당부’ 구호를 넘어 더욱 명확한 지침을 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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