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성원전 첫 재판...산업무 공무원들 "'임시자료' 삭제했을 뿐"

입력 2021-03-09 17:31   수정 2021-03-09 17:43


월성 원전 1호기 관련 자료를 대량으로 삭제하거나 삭제하는 데 관여한 혐의로 기소된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 3명에 대한 첫 재판이 열렸다.

대전지법 형사11부(박헌행 부장판사)는 9일 국장급 A씨(53) 등 3명(2명 구속·1명 불구속)의 공용전자기록 등 손상, 감사원법 위반, 방실침입 혐의 사건 공판준비 절차를 진행했다.

피고인 출석 의무가 없는 공판준비 절차인데도 A씨 등 3명 모두 법정에 출석했다.

A씨 변호인은 "기본적으로 (부하직원에게) 감사원 감사를 앞두고 불필요한 자료를 정리하는 게 좋겠다고 말한 사실은 있으나, (삭제 자료들이) 실제 월성 원전과 관련된 것인지 따져 봐야 한다"며 "검찰서 주장하는 삭제 자료는 대부분 최종 버전이 아닌 중간 또는 임시 자료"라고 주장했다.

이어 "공무원들이 대부분 최종 파일 작성 전 수시로 파일을 저장한다"며 "최종 버전 이전의 것을 지웠다는 사실만으로 죄를 묻는다면 대한민국 공무원들은 모두 전자기록 등 손상죄를 범하는 것이냐"고 주장했다.

현재 구속 상태인 A씨와 사무관 B(45)씨 측은 방어권 보장 등을 위해 보석을 허가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하기도 했다.

피고인 측은 지난해 12월 구속 이후 이번 사건 관련 조사는 거의 받지 않은 채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의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 관련 사건 등 다른 사건 관련 조사만 이어지고 있다고 항의했다.

그러나 검찰은 "구속 이후 사정 변경이 없는 만큼 보석을 불허해야 한다"고 맞섰다.

재판부는 오는 30일 구속 피고인 보석 심문 이후 다음달 20일 한 차례 더 공판준비 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

A씨는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에게 월성1호기 조기 가동중단 지시를 직접 받은 인물로 이후 한국수력원자력 고위 임원에게 수시로 압력을 행사한 혐의를 받고 있다.

감사원 감사결과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9년 11월 감사원 감사가 진행 중이라는 보고를 받고 자료 삭제를 지시했다.

A씨 지시를 받은 부하직원은 감사원 감사관과 면담을 하루 앞둔 지난해 12월1일 일요일밤 월성1호기 관련 자료 444건을 삭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 전날 증거를 인멸한 이들은 검찰 조사에서 "신내림을 받았다"고 진술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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