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 수뢰 혐의 '무효'…브라질 대선판 요동

입력 2021-03-09 17:40   수정 2021-03-10 01:59

브라질 연방대법원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사진)의 수뢰 혐의에 대한 하급심의 유죄 판결을 파기했다고 로이터통신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에지손 파킨 브라질 연방대법원 대법관은 이날 “쿠리치바시 연방검찰이 진행한 룰라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와 쿠리치바시 연방법원의 판결이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하급심의 실형 판결을 무효로 판단했다. 룰라 전 대통령은 대형 건설업체의 편의를 봐주는 대신 뇌물을 받고, 돈세탁을 했다는 혐의 등으로 1심과 2심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룰라 전 대통령 사건을 담당한 검사와 판사의 담합 의혹이 이번 판결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많다. 앞서 브라질에서는 판사가 검사들에게 룰라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했고, 판사와 검사들이 기소를 앞두고 암호화 메신저를 통해 비밀대화를 나눴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파킨 대법관은 “룰라 전 대통령은 수도 브라질리아의 연방법원에서 재심을 받게 될 것”이라고 했다.

실형을 선고한 원심이 파기되면서 룰라 전 대통령이 내년에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에 출마할 길이 열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극우 포퓰리즘’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과 ‘실용주의 좌파’의 룰라 전 대통령이 2파전을 펼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브라질 경제는 요동쳤다. 이날 브라질 증시의 대표지수인 보베스파지수는 전날보다 3.98% 내린 110,611.58에 거래를 마쳤다. 헤알화 환율은 달러당 5.7779헤알로 마감해 지난해 5월 이후 가장 약세를 보였다. 알프레도 메네지스 아머캐피털 전무이사는 “룰라 전 대통령이 유력 대선 후보로 급부상했다”며 “현 정부가 경제 개혁을 포기하고 포퓰리즘 정책으로 완전히 기울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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