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사교육비 8년 만에 감소…불안한 고교생은 되레 6% 더 썼다

입력 2021-03-09 17:47   수정 2021-03-10 00:31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로 초등학생 자녀의 사교육을 포기한 가정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8년 만에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감소했고, 사교육비 총액도 2019년보다 1조2000억원 이상 줄어들었다. 하지만 고소득층보다 중간수준 소득 가구들이 교육비 지출을 더욱 줄인 것으로 나타나 코로나19로 사교육 빈부격차도 더 심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9일 교육부는 통계청과 함께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0년 초·중·고 사교육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8만9000원으로 전년도 32만2000원보다 10.1%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012년 23만6000원에서 2019년까지 지속적으로 상승했는데 코로나19 여파로 8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지난해 6개월간(3~5월, 7~9월) 사교육비 총액 역시 약 9조2849억원으로 집계돼 전년도보다 1조2434억원(11.8%) 줄었다.

초등학생의 사교육비 감소 여파가 가장 컸다. 지난해 초등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2만1000원으로 전년보다 23.7%나 줄었다. 초등학생의 사교육비 총액만 놓고 보면 전년도보다 1조2060억원 줄어든 3조5777억원으로 나타났다. 초등 사교육비 감소액이 전체 사교육비 감소액의 대부분을 차지한 것이다. 중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전년보다 3.4%가량 줄어든 32만8000원으로 나타났으며, 고교생은 오히려 전년도보다 5.9% 오른 38만8000원으로 집계됐다. 고교생들은 입시를 앞두고 있는 만큼 원격수업으로 학력격차 우려가 커져 가정마다 사교육 지출을 더욱 늘렸다는 분석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사교육을 하지 않는 학생 비중은 급격히 늘었다. ‘사교육을 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2019년 조사에서는 25.7%를 차지했으나 2020년에는 33.5%로 8%포인트 가까이 늘었다.

전반적으로 사교육비 지출이 줄어든 가운데 소득에 따른 교육비 지출격차는 더 커졌다. 월 소득 800만원 이상의 고소득 가구와 중간 수준 소득인 400만~500만원 가구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 격차는 2019년 23만7000원에서 작년 24만7000원으로 1만원 증가했다. 소득수준별 1인당 사교육비 감소폭을 놓고 보면 월소득 300만~400만원대의 가구들이 -16.9%로 가장 감소폭이 컸다. 800만원 이상 고소득층의 감소폭은 -6.4%에 그쳤다.

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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