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이 3기 신도시 지역 토지를 매입한 사실이 발각돼 국민적 공분이 이는 가운데 LH 직원으로 추정되는 누리꾼들이 연일 수사당국과 국민을 비웃는 듯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9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에는 LH 직원으로 추정되는 누리꾼들의 대화 내용이 올려왔다.
이 대화방에서 LH 직원으로 추정되는 A씨는 "때는 이때다 싶어 쪽바리들 이지매(집단 따돌림)처럼 갈구는 거 인성 알 만하다"라며 "작금의 우리 회사 조리돌림은 사람이 한 명 죽어야 끝날 것 같다"고 썼다.
A씨는 또 "부디 비보 들리면 댁도 한 책임 있다는 거 아십쇼"라면서 극단적인 상황을 암시하는 듯한 발언도 했다.
글쓴이는 "(LH 관련)기사가 나간 이후 오고간 내용"이라며 "집단적인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 같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LH 자체를 해체해야 한다. 집단 전체가 부패해서 모아두면 절대 안된다"고 주장했다.
블라인드는 특정 회사 소속으로 글을 쓰려면 인증을 거쳐야 해 글쓴이는 실제 LH 직원일 가능성이 높다.
같은 날 블라인드에는 '내부에서는 신경도 안씀'이라는 제목의 글도 올라왔다.
B씨는 "어차피 한두 달만 지나면 사람들 기억에서 잊혀져서 물 흐르듯 지나가겠지. (LH 직원들은) 다들 (그렇게) 생각하는 중"이라며 "털어봐야 차명으로 다 해놨는데 어떻게 찾을 거냐"라고 썼다.
이어 "너희들이 아무리 열폭(열등감 폭발)해도 난 열심히 차명으로 투기하면서 정년까지 편하게 다닐 것"이라면서 "이게 우리 회사만의 혜택이자 복지인데 꼬우면 너희들도 우리 회사로 이직하든가"라고 했다.
앞서도 블라인드에는 LH 직원으로 추정되는 C씨가 항의시위를 조롱하는 듯한 글을 올려 논란이 됐었다.
C씨는 8일 경남 진주의 LH 본사 홍보관·토지주택박물관 앞을 촬영한 사진을 올렸다. 사진에는 시민들이 모여 시위하는 모습이 담겼다.
이날 경남 진주의 LH 본사 앞에서는 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을 규탄하는 농민과 시민단체들의 시위가 이어졌다. 이들은 항의 표시로 LH 입간판 구조물과 사옥 등에 고춧가루, 밀가루, 세제, 날달걀 등을 던졌다.
C씨는 시위 사진을 올리며 "층수 높아서 안 들려. 개꿀~"이라고 적었다. 동료 직원들과 주고받은 카카오톡 대화 내용도 공개했다. 대화에는 다른 직원이 "저희 본부에는 동자동 재개발 반대 시위함. 근데 28층이라 하나도 안 들림"이라고 적혀있다.
이외에도 LH 직원들은 이번 의혹이 불거진 후 블라인드에 해당 직원들을 옹호하는 글을 올린 사실이 알려져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한 LH 직원이 "LH 직원들이라고 부동산 투자하지 말란 법 있나요"라고 반문한 게 알려져 논란을 낳았다. 또 다른 직원들도 "(광명·시흥은) 누가 개발해도 개발될 곳이었는데 내부정보로 샀다고 하다니" "하나 터지면 무조건 내부정보 악용한 것마냥 시끌시끌하다"고 했다.
한 LH 신입사원은 자신의 불법적 투기 계획을 사내 메신저를 통해 밝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지난해 LH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대구경북지역본부 토지판매부에서 근무한 D씨는 "대구 연호지구는 무조건 오를 거라 오빠 친구들과 돈을 모아 공동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지인들과 투자 자금을 모아 차명으로 토지를 매입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D씨는 취업 규칙을 위반하고 이 같은 투기 행위를 하려는 이유에 대해 "이걸로 잘리게 돼도 어차피 회사에서 평생 벌 돈보다 땅 수익이 훨씬 많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D씨는 논란이 일자 "농담으로 한 말이며 연호지구를 매매한 적 없다"고 해명했다.
또 한 직원은 "너무 억울하다"며 "솔직히 사내에서 듣기로는 정치인, 국회의원이 해처먹은 게 울회사 꼰대들이 해먹은 거보다 훨씬 많다고 들었다"고 썼다.
그는 "특히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이 우리 쪽에 정보 요구해서 투기한 거 몇 번 봤다. 내 생각에는 일부러 시선 돌리려고 LH만 죽이기 하는 거 같다"고 주장했다.
김명일 한경닷컴 기자 mi73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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