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만원 준다고 해서 신청했는데요. 취업요? 지금 안 할 건데요."
국민취업지원제도 상담창구를 찾은 청년 실업자에게 취업지원 상담사가 어떤 분야로 취업할 계획인지를 묻자 나온 대답이다. 저소득 구직자와 청년, 경력단절여성 등에게 1인당 300만원(50만원씩 6개월)을 지원하는 국민취업지원제도의 '현주소'다. 당초 실질적인 취업 지원이 아닌 '현금 퍼주기' 정책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한 것이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누구를 위한 국민취업지원제도인가요'라는 글이 지난달 22일 올라와 10일 기준 1200명이 넘는 동의를 얻었다. 이 글은 고용노동부 고용센터에 근무하는 현직 취업상담사가 허술한 제도 설계와 무리한 집행으로 제도의 취지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고 비판하는 내용이다.
구체적인 지원 대상(1유형)은 15~69세 구직자 중 취업 경험이 있고 가구소득이 중위소득의 50%(1인 가구 약 91만원, 4인 가구 약 244만원) 이하인 저소득층(재산 3억원 이하)이다. 청년(18~34세)의 경우 취업 경험이 없어도 되며, 중위소득 120% 이하까지 300만원을 받을 수 있다. 올해 지원 대상으로 책정된 인원은 총 59만명으로 1유형이 40만명, 2유형이 19만명이다. 올해 구직촉진수당 예산은 8286억원이다.
'현금 300만원' 홍보효과는 컸다. 제도 시행 한달여만에 20만명 넘게 몰려들었고, 지난 7일 기준 약 22만7000명이 신청을 완료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현재까지 약 19만명에 대해 심사를 처리했고, 수급자격 불인정 비율은 약 17% 정도 된다"며 "수급자격 심사부터 수당 지급까지는 약 2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현재 수당을 받고 있는 인원은 4만2000명 정도"라고 말했다. 신청자 대비 수급자격 인정비율은 약 83%, 소득·재산기준 초과 등을 이유로 탈락하는 비율을 감안하면 신청자 대부분이 수당을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른바 '한국판 실업부조'라는 이름으로 구직자 취업지원에 제도의 방점을 찍었지만 신청자 대부분이 취업 상담보다는 현금 300만원을 받기 위해 몰려든다는 지적이다. 국민청원을 올린 상담사는 "(소득·재산기준 초과로) 현금 300만원 지원 대상이 아닌 2유형으로 선정된다고 하면 대다수가 아예 신청을 취소하겠다는 게 현실"이라며 "왜 이렇게 서둘러서 정비도 안된 채로 무리한 집행을 하는지, 도대체 사업의 취지가 뭔지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월 50만원의 구직수당이 되레 취업준비생들의 구직노력을 막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 국민취업지원제도는 구직수당을 받는 동안 월 50만원 이상의 소득(근로·사업·임대 등)을 얻으면 수당을 지급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300만원 다 받기 전에 취업하면 바보" "얼른 300만원 다 받고 아르바이트나 해야겠다"는 비아냥이 나오는 이유다. "수당을 받는 동안 취업하지 말라는 얘긴데, 50만원으로 어떻게 생계를 유지하냐"는 지적도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월50만원 소득 요건은 제도 설계 자체가 실업자를 지원하자는 취지이기 때문"이라면서도 "하지만 수당에만 집중하다보니 아르바이트도 못하는 경우도 있어 소득기준 인상 여부 등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국 고용센터가 '수당 지급창구'로 인식되는 가운데 고용부는 '온라인 입단속'에 나섰다. 국내 대표적인 온라인 커뮤니티인 '디씨인사이드'에는 지난해 11월 '국민취업지원제도 갤러리(게시판)'이 등장해 회원들이 구직수당 수령 팁 등을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해당 게시판에는 게시글이 모두 삭제됐다. 해당 게시판의 존재를 확인한 고용부가 디씨인사이드에 '조치'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커뮤니티 이용자들은 다른 게시판으로 옮겨가 각종 팁과 경험담을 공유하다가 지난 9일 다시 '국민취업지원제도 갤러리'를 운영하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구직수당 수령과 관련한 경험 공유 등은 제도에 대한 이해를 넓힌다는 차원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위탁기관 상담사들에 대한 평가, 비방 등 일부 선을 넘는 부적절한 내용이 있어 조치를 요청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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