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 정부가 부담해야 할 한·미 방위비분담금(주한미군 주둔비용)이 작년 대비 13.9% 증가한 1조1833억원으로 결정됐다. 총액과 인상률 모두 역대 최고치다. 2019년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한 방위비분담금은 2025년 1조5200억원대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양국 모두 이번 협상 결과를 “공평·공정한 분담”이라고 평가했지만, 한국에 일방적으로 과도한 부담이 지워졌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향후 5년간 증가액 3400억원 넘을 듯
외교부는 10일 이런 내용의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 결과를 공개했다. 양국은 올해 방위비분담금 인상률(13.9%)을 작년 한국 국방예산 증가율(7.4%)과 미군기지 내 한국인 근로자 인건비 증액분(6.5%)을 더해 산출했다. 1991년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을 내기 시작한 이후 가장 큰 인상폭이다.
협정 유효기간은 2025년까지 5년으로 늘어났다. 협정 공백 상태였던 작년(동결)까지 더하면 사실상 6년(1+5년) 유효 협정이다. 한국 측 협상 수석대표인 정은보 한·미 방위비분담대사는 이날 협상 내용을 공개하며 “합리적이고 공평한 방위비 분담 수준을 만들었다”고 자평했다.
한·미는 내년부터는 전년도 국방비 증가율에 맞춰 방위비 분담금을 인상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라 내년 분담금 규모는 올해 국방비 증가율(5.4%)이 적용된 1조2472억원이 된다. 협정 마지막 해인 2025년까지 현 정부 지난 4년간의 국방비 평균 증가율(7%)을 순차적으로 대입해 추산하면 방위비 분담금은 2025년 1조5200억원대를 웃돌게 된다. 올해 분담금(1조1833억원)에서 약 3400억원 늘어나는 것으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압박했던 ‘50% 인상’이 사실상 현실화하는 셈이다.
오바마때보다 조건 크게 후퇴…日보다도 불리
국방비 증가율을 준용한 방위비분담금 인상 조건은 예년 협상과 비교해 한국에 불리한 측면이 많다는 비판이 나온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당시인 2014년 9차 SMA는 이번 협정과 마찬가지로 5년의 다년(多年) 계약이 적용됐지만 국방비 증가율이 아닌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도록 했다. 인상률이 최대 4%를 넘지 않도록 하는 조항도 삽입됐다. 9차 협정 마지막 해였던 2018년 분담금 총액은 첫해 분담금(9200억원)에서 4% 가량 오른 9602억원에 그쳤다. 외교부 고위당국자는 “현재 소비자물가가 매년 거의 1퍼센트 미만으로 상승한다는 현실적인 한계가 고려됐다”며 “우리의 국력에 맞는 동맹 관계 변화를 추구한다는 측면에서 국방비 증가율을 인상 기준으로 적용했다”고 말했다.
일본과 비교해도 형평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016년 체결해 지난해까지 적용된 미·일 방위비특별협정에서 일본측 분담금은 5년간 연평균 1% 인상에 그쳤다. 미·일 양국은 지난달 기존 협정을 1년 연장하고 일본측 분담금을 전년 대비 1.2% 늘어난 2017억엔(약 2조1000억원)으로 합의했다. 한·일 모두 바이든 행정부 출범 직후 방위비 협정을 체결했지만 인상률에서 큰 차이를 기록한 것이다. 일본은 한국처럼 카투사와 같은 인력 지원과 군수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한국의 부담이 과중하다는 지적이다.
미군 역외비용 부담 조항은 빠져
한반도 외부 미군 전력에 대한 정비 비용 및 주한미군 순환배치 비용 부담 등 전임 트럼프 행정부가 지속적으로 압박한 조항은 이번 합의에 포함되지 않았다. 국방부 관계자는 “(트럼프 행정부 당시) 미국이 그런 비용을 포함해 요구했지만 우리 측이 수용하지 않았다”며 “연합군사훈련 때 역외에서 오는 미군 전투기 정비 비용을 방위비에서 지급했던 부분을 어떻게 해소할지는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군기지 내 한국인 근로자의 무급휴직 사태를 방지할 수 있는 조항을 포함시킨 것은 성과로 꼽힌다. 이번 협정에는 향후 협정 공백 사태가 발생할 경우 전년도 수준의 인건비 지급이 가능하다는 규정이 명문화됐다. 한국인 근로자가 받는 임금 중 방위비분담금으로 충당하는 비율도 75%에서 87%로 늘렸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