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세 시장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전세 매물이 귀해 임대인이 ‘부르는 게 값’이던 것과 달리 수요가 사그라들며 소강 상태를 보이고 있다. 임차 수요가 많은 대치동과 목동 등 대표적인 학군지에서도 전세 매물이 쌓이자 급해진 집주인들이 호가를 내리는 중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올해 서울 입주 물량이 급감하고 사전청약 대기 수요가 쌓이는 등 전세 시장 불안 요소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가파르던 전셋값 상승세도 주춤하다. 한국부동산원이 조사한 이달 첫째주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지수 상승률은 0.06%로, 지난 1월 셋째주(0.13%) 이후 6주 연속 상승폭이 둔화하고 있다. 임대차보호법 시행 전인 지난해 6월 둘째주(0.06%) 상승률과 같다.
현장에선 전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초조해하는 집주인이 늘어나고 있다. 온라인 부동산 카페 ‘부동산스터디’에는 직접 세입자를 구하기 위해 발벗고 나서는 집주인의 글이 쏟아지고 있다. 중개업소에 전세 매물을 내놓는 대로 바로 계약이 이뤄졌던 지난해 말 분위기와 사뭇 다르다. 서울 성북구 미아동의 한 임대인은 “내놓은 지 한 달이 넘었는데 전세가 나가지 않는다”며 “임대차보호법 시행 전보다 보증금이 높긴 하지만 최고가보다 수천만원 내렸는데도 집을 보러오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업계는 계절적 요인과 그간 전셋값 급등에 따른 피로감이 쌓인 영향이라고 분석했다. 전세 시장은 통상 학군 배정을 위한 이주 수요와 직장 발령, 신혼부부 수요가 몰리는 매년 12월 전후가 성수기로 여겨진다. 여기에 그동안 전셋값이 급등해 매매가와의 ‘갭(차이)’이 줄어들면서 매매 수요로 돌아선 세입자가 늘어났다는 설명이다.
강북권 대표 학군지인 양천구 목동 일대도 분위기가 비슷하다. ‘목동신시가지 11단지’ 전용 51㎡는 2월 전셋값이 최고 6억원까지 치솟았으나 현재 호가는 3억5000만원까지 내렸다. 임대차보호법 직전인 작년 7월(3억원) 시세보다 약간 오른 수준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지속적인 하락으로 이어질 것인지에 대해선 고개를 젓는다. 일시적 소강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다. 당장 오는 2분기부터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급감한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1분기에는 새 아파트 1만1140가구가 집들이를 했으나 2분기 예정 물량은 5659가구로 약 49.2% 감소할 전망이다. 3분기에 7938가구, 4분기엔 4919가구가 입주한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양도세 면제, 주택담보대출 등 정부 규제가 집주인의 실거주를 권장하면서 전·월세 시장에 나오는 물량은 더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각종 공급대책 영향으로 3040세대 무주택자의 청약 대기 수요가 쌓이고 있는 것도 변수다. 정부가 3기 신도시 및 공공 정비사업 등으로 주택 공급을 늘리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최근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감소하고 있다.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 건수는 2589건으로, 1월 거래량(5733건) 대비 절반 아래로 급감했다. 윤 연구원은 “사전청약 대기 수요까지 더하면 당분간 전셋값은 기존 급등한 가격에 수렴할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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