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한국은 해상기후 관측 장비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중심에 국내 대표 해상 부이 제조업체인 씨텍이 자리잡고 있다. 씨텍은 국내 해상 부이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 기상청이 해상 정보를 수집하기 위해 설치한 원양 해상 부이는 대부분 이 회사 제품이다. 해병대와 해군 역시 북한군의 접근을 모니터링하는 용도로 이 제품을 활용한다.
이 회사가 만든 길이 6m짜리 해상 부이는 소형 선박처럼 생겼다. 가벼우면서도 단단한 알루미늄 재질로 초속 75m의 바람과 20m 높이의 파도, 4노트 속도의 조류 등 슈퍼 태풍급 충격에도 견딜 수 있다. 상부엔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 낮에 충전하고 밤엔 배터리로 구동되는 자가발전식 전원 시스템을 갖췄다. 장필순 씨텍 회장(사진)은 “지난해 역대급 태풍이 여러 차례 몰아칠 때 울산 앞바다에 설치된 외국산 해상 부이는 모두 망가진 반면, 씨텍 부이는 살아남아 제 기능을 했다”고 말했다.
이 회사 해상 부이의 핵심 기술은 카메라에 있다. 직접 제작한 카메라를 통해 파도 모양을 분석해 기상 여건을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인공지능(AI) 머신러닝 기술과 수년간 축적된 10만 개의 빅데이터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민간회사의 활용도 늘고 있다. 지난해 현대오일뱅크와 에쓰오일이 해상 급유 시 파도 상태를 예측하기 위해 이 회사의 해상 부이를 활용했다. 최근엔 에너지업계에서 해상풍력 발전에 활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장 회장은 “레이저 기술을 통해 고도별 바람의 세기와 형태를 측정할 수 있는 해상풍력 라이다부이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고 말했다. 풍향, 풍속, 기온 등을 관측해 최적의 전기 생산이 가능한 곳을 찾아내고, 비정상적인 바람 흐름을 보일 경우 터빈 가동을 멈춰 발전 효율을 극대화하도록 돕는다는 설명이다. 올 들어 노르웨이와 호주 에너지업체에 이 부이를 수출한 데 이어 캐나다 업체에도 조만간 공급할 예정이다. 씨텍의 새로운 성장동력인 셈이다.
장 회장은 미국 캐나다에서 수입에 의존하던 해상 부이를 2004년 국산화하는 데 성공한 뒤 2012년 3월 씨텍을 설립했다. 35년간 바닷속을 탐험해온 그의 취미가 창업으로 이어졌다. 그는 유통회사에서 근무하던 30대 시절부터 주말이면 동해와 남해로 떠나 심해 물고기 사진 찍기와 해양 조사에 몰두했다. 스킨스쿠버 강사 자격증도 갖고 있다. 지난달엔 한국수중과학학회 회장직도 맡았다.
사업 초기 고비도 있었지만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창업·시설·운영자금 지원으로 안정적인 성장 궤도를 그릴 수 있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씨텍의 매출은 37%, 수출은 40% 늘었다. 기후 변화와 신재생에너지 수요의 영향이 컸다. 올해 매출은 130억원, 수출은 10만달러를 거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장 회장은 “기술 면에서 아시아 1등이라고 자부하지만 중국이 무섭게 쫓아오고 있어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몽골 미얀마 콜롬비아 등 개발도상국 수출에 주력했다면 올해부터는 노르웨이 캐나다 호주 등 선진국 수출에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