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명의 영입에 가장 활발히 나선 곳은 차병원을 운영하는 성광의료재단이다. 연세의료원장을 지낸 윤도흠 전 연세의대 신경외과 교수가 지난달 25일 성광의료재단 의료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유방암 분야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노동영 전 서울대 의대 교수도 지난달 24일부터 강남차병원장으로 업무를 시작했다. 강남차병원이 여성암 전문 병원으로 발돋움하는 데 노 전 교수의 명성이 큰 힘이 될 것으로 의료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이뿐이 아니다. 김기봉 전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이달 명지병원 심장혈관센터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양준모 전 삼성서울병원 피부과 교수는 양지병원 의생명연구원 원장 명함을 팠다. 김응권 전 세브란스병원 안과 교수는 같은 달 새빛안과에서, 김희중 전 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교수는 예손병원에서 진료를 시작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주치의와 세브란스병원장을 지낸 이병석 산부인과 교수는 얼마 전 하나로의료재단 총괄원장으로 새출발했다. 구순구개열 등 소아성형으로 유명한 오갑성 삼성서울병원 교수 역시 3월부터 강북삼성병원에서 메스를 든다. 정진엽 전 보건복지부 장관(전 분당서울대병원 정형외과 교수)은 지난해 9월 부민병원 의료원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1980년대 초 의대를 졸업한 이들은 국내 의료 서비스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할 때 흰 가운을 입었다. 1989년 전 국민 의료보험제도가 시행된 데 이어 서울아산병원(1989년), 삼성서울병원(1994년) 등 대형 종합병원이 차례로 문을 열자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 수요가 급증했다. 2000년대 후반 들어서는 환자들 사이에 입소문으로만 퍼지던 ‘명의’가 각 대학병원의 ‘얼굴’이 됐다. 올해 정년을 맞은 교수들은 당시 50대 초·중반으로, 각 진료과 과장을 맡는 등 전성기를 보냈다.
의료계 관계자는 “대학병원들이 ‘명의 마케팅’을 벌이던 2007~2008년 전성기를 누린 의사 중 상당수가 최근 들어 정년을 맞이했다”며 “이들에 대한 중소 병원의 수요가 꾸준한 만큼 명의들의 이동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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