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 굶겨 죽인다…부작용 확 줄인 차세대 항암제

입력 2021-03-10 17:25   수정 2021-03-11 02:27


“기존 항암제의 단점을 보완한 차세대 치료제인 대사항암제의 임상 1·2상을 상반기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신청할 예정입니다.”

임재석 뉴지랩 사장(사진)은 10일 “대사항암제는 내성이 많이 생기는 표적항암제와 특정 유전자가 발현된 환자에게만 효과가 있는 면역항암제를 대체할 수 있는 항암제”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미 전임상(동물실험)을 끝낸 뉴지랩은 임상 1·2상 신청을 위해 곧 FDA와 사전미팅을 한다.
4세대 항암제로 미국 임상 도전

뉴지랩의 주력 신약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은 ‘4세대 항암제’로 불리는 대사항암제 KAT다. 암세포가 자라는 데 필요한 에너지 공급 루트를 차단해 암세포를 굶겨 죽인다.

항암제는 1세대 화학항암제, 2세대 표적항암제, 3세대 면역항암제를 거치며 발전해왔다. 화학항암제는 세포 분열을 억제하는 독성물질을 주사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방식이다. 다만 주변의 멀쩡한 세포까지 공격해 부작용을 낳는다. 표적항암제는 암세포만 표적으로 해 정밀 타격하지만 내성이 생기고 전이암 환자에겐 효과가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면역항암제는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이용하기 때문에 기존 항암제보다 독성이 적고 부작용도 크지 않다. 다만 이 약에 반응하는 환자 비율이 20~30% 수준으로 낮다. 대사항암제는 거의 모든 암종에서 효과를 보이는 데다 내성도 적어 주목받고 있다.

뉴지랩의 KAT는 암세포 안으로 침투해 에너지원을 차단하는 작용 기전을 갖고 있다. 암세포는 산소가 없어도 에너지원인 아데노신 3인산(ATP)을 만들 수 있다. 무산소로 만드는 에너지는 전체의 60% 수준이다. 반면 정상세포의 경우 95%가 산소를 흡수해 ATP를 만든다. 암세포는 무산소로 에너지를 생성하는 과정에서 젖산을 많이 분비하는데 이를 세포 밖으로 배출하기 위한 통로가 MCT다.

임 사장은 “젖산과 비슷한 분자구조로 구성된 KAT(물질명 3BP)가 젖산으로 위장해 MCT를 통해 암세포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며 “암세포 안 미토콘드리아에 들어가 ATP 생성을 막는 등 대사 기능을 망가뜨리는 게 전임상에서 확인됐다”고 말했다.
존스홉킨스 출신 고영희 박사가 주도
뉴지랩의 연구는 3BP를 직접 개발한 미국 존스홉킨스대 출신 고영희 박사가 맡고 있다. 고 박사는 뉴지랩의 미국 자회사 뉴지랩파마의 미국법인 대표다. 임 사장은 “KAT는 MCT가 있는 95%의 암에 적용할 수 있다”며 “현재는 중국과 한국 등에서 환자가 많은 간암과 흑색종을 적응증으로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 박사는 별다른 치료 대안이 없는 환자에 대해 치료목적 사용승인을 받아 KAT를 투약한 결과, 기대 이상의 효능을 확인했다. 간암 말기였던 미국의 16세 환자가 24개월간 생존했고, 흑색종에 걸린 78세 환자는 완치됐다. 방광암과 폐암에 걸린 101세 환자 역시 2014년 투약해 현재까지 생존해 있다.

지금까지 나온 대사항암제는 미국 아지오스가 2017년 출시한 급성 골수성 백혈병 치료제인 아이드하이파밖에 없다. 간암과 흑색종에선 퍼스트 인 클래스(세계 최초) 치료제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뉴지랩은 상반기 미국 임상에 들어간 뒤 초기 임상 환자의 결과가 나오는 하반기께 중국 등으로 기술수출할 예정이다. 임 사장은 “간암 환자가 많은 중국에서 여러 업체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FDA가 희귀의약품으로 지정했기 때문에 임상 2상이 끝나면 곧바로 조건부 승인 신청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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